'길막 주차·욕설'논란 식당, 결국 폐업…비난·조롱 블로그 게시글 봇물

입력 2021-03-23 17:24:52 수정 2021-03-23 21:18:26

차 빼달란 뒤차에 되레 욕설…상세 위치·상호명 공유
별점 테러·비난 메모도 붙어…연락 시도해도 '불통'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보배드림'에 올라온 식당 주인과 그의 아들로 보이는 운전자와 글쓴이가 싸우는 모습. 보배드림 영상 캡쳐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블랙박스 영상으로 인해 식당이 간판을 내리고 폐업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22일 중고차 거래 사이트 '보배드림'의 커뮤니티 게시판에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봐주세요…억울해서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3시 15분쯤 대구 달성군 다사읍 대실역 인근 이면도로에서 A차량이 노란색 실선을 물고 주차했다. 길을 막다보니 차들이 오가기 힘든 상황이 됐다. A차량 운전자는 차에 실린 짐을 식당으로 옮겼고, 뒤차 운전자가 경적을 울렸다.

보다 못해 글쓴이(피해 차량 운전자)가 "차를 빼 달라"고 소리쳤고, 운전자 아들로 보이는 사람이 식당에서 뛰쳐나와 운전자에게 욕설을 섞어가며 "옆으로 지나가면 되지 않느냐"고 소리쳤다.

약 7분간 이어진 이 상황은 글쓴이의 차량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녹화됐고, 글쓴이는 이 영상과 함께 상황을 설명한 글을 올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글쓴이는 "욕하는 남자 분은 식당 주인으로 보인다. 아들로 보이는 남자와 저를 몰아가는데 너무 힘들더라"면서 "밀치기도 하고 배로 밀면서 욕하고 소리 지르는데 위협을 받으면서도 경찰에 신고할 생각을 못 했다"고 털어놨다.

글이 올라온 다음날 누리꾼들은 식당의 위치를 알아내 공유하기 시작했다. 여러 블로그에 해당 식당에 대한 비난과 조롱을 담은 게시물들이 올라왔다. 심지어 같은 건물 헬스장에 대해서도 리뷰란에 별점 1점을 주는 소위 '별점테러'가 벌어지기도 했다. 해당 식당에는 이들에 대한 비난 내용이 적힌 메모지가 붙기도 했다.

식당은 23일 문을 열지 않았고, 같은 날 낮 12시 10분쯤 아예 간판을 내렸다. 한 주변 상인은 "코로나19로 장사가 안 돼 이전부터 매물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으니 장사를 더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간판을 내린 뒤에도 식당을 비판하기 위해 시민들이 주변에 서성이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식당 앞에서 만난 한 시민은 "영상을 다 봤는데 정말 너무한 것 아닌가 싶었다"고 했다. 간판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잠깐 간판을 내렸다가 나중에 다른 상호로 바꿔서 영업하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취재진은 문제가 된 행동을 한 운전자와 그의 아들의 해명을 듣기 위해 직접 식당을 찾아갔고,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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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보배드림'에 올라온 식당 주인과 그의 아들로 보이는 운전자와 글쓴이가 싸우는 모습. 보배드림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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