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지방대 소멸 위기, 정부는 왜 침묵하나

입력 2021-03-22 06:30:00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대학 고사 위기 등 고등교육 현안 관련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대학 고사 위기 등 고등교육 현안 관련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교영 편집국 부국장
김교영 편집국 부국장

대구권 A대학교는 올해 유례없는 신입생 정원 미달을 경험했다. 대학본부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교수들은 술렁인다. 정원을 얼마나 줄일지, 학과 통폐합을 어떻게 할지, 내가 소속된 학과는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이 대학 B교수는 "'학생 구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학생 학력 수준이 떨어져 가르치는 재미도 없다. 교내에선 '아예 서울에서 시간강사를 하는 게 낫겠다'는 자조적인 말이 돌고 있다"고 했다.

소규모 지방대의 신입생 유치전은 참담하다. 묻거나 따지지 않는다. 원서만 내면 합격이다. 전형료도 공짜다. 등록하면 스마트폰을 준 곳도 있었다고 한다. 지난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수학 8등급도 ○○대 수학과 합격'이란 글이 실려 화제가 됐다. 몇몇 지방대는 교직원의 친인척·지인을 신입생으로 등록시켰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방대 소멸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다 수도권 대학 선호가 심해지면서 정원 미달이 가속화하고 있다. 대구권의 4년제·전문대 14개교 중 정원을 100% 채운 곳은 한 곳도 없다.

수도권 대학은 블랙홀이다. 2021학년도 정시에서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평균 경쟁률은 5.1대 1. 반면 지방대는 2.7대 1이다. 정시에서 3개 대학까지 지원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경쟁률 3대 1 이하는 '정원 미달'이다. 또 수도권 대학 편입생의 절반이 지방대 재학생으로 충원된다.

2021학년도 대학 입학 정원은 49만2천여 명. 그러나 입학 가능 자원은 41만4천126명으로, 정원보다 7만8천326명 부족하다. 2024년이면 입학 가능 자원은 38만 명대까지 줄어든다. 2021학년도 정원을 유지할 경우 신입생 충원율은 2021년 84.1%, 2024년 78%, 2037년 63.9%까지 떨어진다. 지방대는 더 심각하다. 2024년부터 지방대 가운데 '신입생 94% 이상 충원'은 한 곳도 없게 될 전망이다.

지방대, 특히 사립대의 재정난은 심각하다. 등록금은 2009년부터 13년째 동결됐다. 교직원 인건비와 물가는 올랐다. 재정 압박이 계속되면 교직원 급여, 교육비, 연구비, 장학금을 줄일 수밖에 없다. 대학교육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24년에는 지방 사립대 등록금 수입은 3조6천829억원으로 2018년보다 25.8% 줄어든다.

지방대는 정부 재정지원에서도 차별받고 있다. 수도권 소재 1개 대학의 지원액은 225억원. 반면 지방대 경우 1개교당 121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연구개발사업의 대학당 평균 지원액 경우 지방대는 52억원으로 수도권 대학(149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지방과 수도권의 불균형을 해소할 대학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의 지방대 지원을 의무화하고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 지방대의 자구 노력도 중요하다. 교수사회의 혁신과 지역사회와 연계한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원 감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지방대만의 정원 감축은 해결책이 아니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쏠림이 더 심해진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전체 대학 정원 10% 감축을 주장한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수도권 대학 정원부터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사립대에 경상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일본 정부는 사립대 경상비의 10%를 지원하고 있다.

지방대가 소멸하면 지방이 무너진다. 지방대가 문 닫으면 '젊음'을 잃는다. 교직원은 실직하고, 상권은 붕괴된다. 산학연 연계는 깨진다. 국가균형발전의 토대는 허물어진다.

지방대에선 곡소리가 나는데, 정부는 침묵하고 있다. '검찰 개혁'의 집요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처럼 신속한 그 정부는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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