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차가운 겨울”…故 정유엽 어머니의 눈물

입력 2021-03-18 18:43:54 수정 2021-03-18 19:47:19

유엽이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나 봄이 되었지만
유엽이의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겨울

고 정유엽이의 묘 오른쪽 한켠에는 도자기로 만든
고 정유엽이의 묘 오른쪽 한켠에는 도자기로 만든 '모자상'이 놓여 있다. 임재환 인턴기자

"엄마는 봄이 오지 않았는데, 유엽이는 봄이 왔구나"

고(故) 정유엽 군의 어머니 이지연(52) 씨는 18일 유엽이의 기억을 꺼낼 때마다 눈에 눈물이 맺혔다.

이씨는 식사 시간과 노을이 질 때 유엽이 생각이 가장 많이 난다고 했다. 이씨는 "유엽이가 있을 때는 가족이 5명이라 상에 앉으면 비좁았는데, 지금은 자리에 여유가 있는 게 너무나 슬프다"며 "해가 지면 아이가 들어와야 하는데, 더 이상 그 모습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돌로 가슴을 누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유엽이의 묘 인근에 있는 동백꽃을 보고, 잠시 걸음을 멈췄다. 이씨는 지난해 3월 20일 유엽이를 차가운 땅에 묻을 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눈앞에는 동백꽃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평소 꽃에 대해 크게 생각을 두고 있지 않았지만, 그날을 계기로 이씨는 꽃을 생각하면 슬픔을 먼저 느낀다. 이씨는 "주변에 활짝 핀 꽃처럼 유엽이도 아름다운 인생을 누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봄이 오면 마음부터 아프다"고 했다.

유엽이 묘지 앞에 놓인 모자상은 엽이가 홀로 음압병실에 있었을 때, 함께 있어 주지 못한 이씨가 마음이 아파 직접 도자기 공방에서 만든 것이다.

또 노란색 자동차 장난감과 왼쪽 항아리는 유엽이 형(정서우)이 동생을 위해 만들었다. 왼쪽 항아리에는 유엽이가 평소 갖고 놀았던 장난감들이 들어 있고, 자동차 장난감은 평소 차를 좋아하는 동생을 위해 형이 크리스마스에 선물한 것이다.

이씨는 유엽이의 활발했던 모습을 기억하려고 한다. 이씨는 "유엽이를 떠올리면 생동감 있는 모습만 떠올라야 하는데, 이제는 영정사진부터 생각난다"며 "유엽이가 성당 미사에서 보컬을 담당해 노래를 불렀는데, 목소리를 잊지 않기 위해 차 안에서 녹음 파일로 유엽이 노래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유엽이의 아버지 정성재(54) 씨의 도보행진에 대해서도 이씨는 입을 열었다. 이씨는 "남편이 25일간의 도보행진을 잘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유엽이가 응원한 것이다"면서 "유엽이가 아팠을 때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우리가 몸으로라도 유엽이를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공공의료의 필요성과 의료공백 최소화 등의 목소리를 내는데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상당히 컸다. 이씨는 "'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 관계자분들과 의료인들로부터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이 덕분에 유엽이에 대한 진상규명과 미흡했던 의료체계 시스템에 대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목소리의 울림에 책임져야 할 정부와 지자체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게 아쉽다고 했다.

이씨는 "자살이 일어나도 진상규명을 하는데 왜 우리 유엽이 일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지 화가 난다"면서 "기자회견을 수없이 하는데 정부가 뭐라도 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에게 '본인의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고 묻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유엽이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나 봄이 되었지만, 그의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차가운 겨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화창하 이 봄날 이들에게도 하루빨리 따뜻한 봄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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