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기꾼 말만 믿은 ‘한명숙 구하기’ 수사지휘권 발동

입력 2021-03-19 05:00:00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검찰의 결정은 물론 대법원의 확정 판결까지 뒤집겠다는 소리다. 준사법기관인 검찰의 독립성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사법부의 결론도 권력으로 무효화하려는 법치 능멸이다. 이런 식이면 검찰도 사법부도 필요 없다. '민주화 세력'을 참칭하는 집단에 의해 우리의 법치는 이렇게 망가지고 있다.

한 전 총리 뇌물 수수는 재론할 일고의 가치도 없는 팩트다. 받은 뇌물 가운데 1억 원이 한 전 총리 동생의 전세자금으로 쓰인 사실이 계좌추적에서 확인됐다. 그 1억 원은 뇌물을 준 고 한만호 씨 측에서 나온 것이다. 대법원이 유죄로 판결한 결정적 증거다. 골백번 재수사해도 이 사실은 없앨 수가 없다. 한 전 총리가 이 정권의 재수사 추진에 곤혹스러워한다는데 이해가 간다. 재수사를 하면 뇌물 수수 사실이 재조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정권이 택한 방법이 수사 검사가 한만호 씨 '감방 동료'에게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게 했다는 위증교사 '의혹'을 '사실'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자면 '의혹'을 검증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과 대검의 '무혐의' 결정을 뒤엎어야 한다. 이게 대검 부장검사 회의에서 무혐의 결정을 다시 심의하라는 수사지휘권 발동의 속셈이다. 대검 부장검사 대다수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당시 임명된 친정부 검사임을 계산했을 것이다.

이런 뒤집기 시도는 사기·횡령죄로 20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사기꾼의 말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역대 다섯 번의 수사지휘권 발동 중 이번을 포함해 모두 네 번이 문 정권에서 있었는데 모두 그렇다. 사기 전과자의 일방적 폭로를 그대로 믿고 '발동'했다.

내 편에 유리하고 반대편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면 사기꾼의 말도 불문곡직(不問曲直)하고 믿는다는 얘기다. 기가 막히는 가치전도(價値顚倒), 도덕적 타락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꼴을 언제까지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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