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주공 아파트, 철조망 사이 17년째 갈라진 이웃

입력 2021-03-18 17:19:33 수정 2021-03-18 21:42:24

4단지 "외부인 통행 막으려"-1단지 "둘러 다니느라 불편"
국민 vs 영구 임대 갈등설도…관계자 "동의 없이 철거 못해"

18일 대구 안심주공4단지 아파트와 1단지 아파트 사이에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18일 대구 안심주공4단지 아파트와 1단지 아파트 사이에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 동구 율하동 안심주공아파트 4단지(이하 4단지)가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철조망과 관련한 안심주공아파트 1단지(이하 1단지) 등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17년째 이어지고 있다.

1단지 등 인근 주민들은 초등학교 통학과 도시철도역으로 가는 지름길을 막았다며 철거를 요구하는 있으며, 4단지 측은 인근 주민들과 외부인 통행으로 인한 문제가 많아 철거가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임대아파트인 4단지 주민들이 영구임대아파트인 1단지 주민 통행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영구임대아파트의 경우 무주택 기초생활수급자나 새터민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공급됐다.

갈등의 시작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4단지 측은 아파트 단지를 지나는 외부인들의 불법 쓰레기 투기가 많다는 이유로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에 철조망을 설치했다. 울타리는 1m가 채 안 되는 높이지만, 철조망은 울타리 한참 위까지 쳐졌다. 이 때문에 울타리에 있는 작은 출입문까지 막혔다.

4단지 주민들은 외부인들이 아파트를 지름길로 이용하면서 사건·사고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2003년 입주 때부터 살았다는 4단지 주민 A씨는 "단지 외곽을 중심으로 음식물쓰레기 불법 투기가 많았고 특히 1단지 주민들의 경우 노상방뇨를 하거나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일도 있었다. 오죽했으면 같은 동네 살면서 철조망까지 쳤겠나"며 "다른 아파트는 아예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출입조차 안 되는데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4단지와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1단지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신기역과 율원초등학교 등 주변 인프라를 이용하려 해도 4단지 철조망 탓에 둘러가야 하기 때문이다.

1단지 주민 B씨는 "1단지에 사는 사람만 1천68가구다. 주변 다른 아파트 주민들도 많은데 4단지가 철조망에 막혀버려 도시철도역을 이용하기 불편하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통학이 어려워 불만이 많다"며 "못사는 사람들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단지를 지나가겠다는 것뿐인데 오래 전 철조망을 아직까지 놔두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4단지 측은 입주민 대표회의 동의 없이는 철조망 철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택관리공단 안심주공4단지 관계자는 "일부 주민들은 철조망 밑에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병이나 장독대를 깨서 깔아둔 적도 있었을 정도"라며 "주민들 대신 아파트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주민 동의 없이 철조망을 철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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