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예술의 일상화

입력 2021-03-18 11:49:04

최현정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학예실장
최현정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학예실장

지난 2월까지 진행된 '우리 동네 미술'은 2020년 전국 228개 지자체에서 진행된 역대 최대 규모의 예술 뉴딜 사업이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화 예술 분야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759억원을 지원하고 각 지자체에서 189억원을 매칭해 총 948억원 규모로 진행되었다.

지난해 8월부터 추진된 이 사업의 실질적인 수행은 약 3~4개월 남짓이였기에 사후관리나 설치 장소의 특수성 등을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대규모 공공미술을 통한 도시 환경의 변화와 예술의 일상화를 이루고자 시도하였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공공미술은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에 의한 조형물이다.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1995년부터 연면적 1만㎡ 이상 건축물의 건축비 1%에 해당하는 금액을 회화·조각 등 미술작품에 사용하도록 돼 있다. '퍼센트 법'이라고도 불리는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는 2011년부터 선택적 기금제가 도입되어 미술작품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일정 금액을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출연할 수 있도록 하고, 작품 구매금액 비율도 건축비의 1% 이하로 경감할 수 있도록 개정하였다.

공공미술은 초기 기념비적인 조각에서 건축장식물(건축미술품)으로 변화하였고, 최근에는 환경조형에서 공동체 미술에 이르렀다. 2006년 복권기금을 이용한 도시예술 캠페인을 통해 서울 이화동 벽화마을이 탄생하여 환경조형을 통한 도시 재생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이후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며 무분별한 소음, 사생활 침해 등 주민들의 잦은 불편으로 이어지자 벽화는 제거되었다. 결국 공동체 미술의 실패 사례로 남아 있다. 이를 계기로 공공미술의 범위와 역할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되었고, '정숙관광 캠페인'과 같은 새로운 문화가 생기기도 했다.

2016년 서울 쉐이크쉑 강남 1호점 오픈 당시, 공사장 주위에 임시가림막을 설치해 그곳에 'MEET UP, POWER UP'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매장 앞을 지나는 시민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의자와 테이블, 휴대폰 충전 케이블을 뒀다. 공사장 임시가림막 작품(호딩아트)을 선보여 지속적인 작품이 아닌 일시적인 상황에서도 공동체적 공공미술의 역할을 부여한 성공적 사례다.

공공예술은 대중을 위한 미술이다. 도시의 흉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간을 향유하는 시민들의 일상과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이 기본요건이다.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공공성과 공간성, 환경에 맞는 적절성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체계적인 관리와 지속적인 관심으로 작품 가치를 보존하는 일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현정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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