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 출신인 건 문제 안되요.'비슬초교 전교학생회 부회장 최민기 군

입력 2021-03-22 06:30:00

최 군 '행복한 학교 만드는 데 힘 보탤 것'
'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씩씩하게 꿈 키우길'

최근 대구 비슬초교 전교학생회 부회장에 당선된 최민기 군과 중국 출신인 어머니 최보경 씨. 밝고 씩씩하게 자란 최 군에겐 다문화 가정 출신이라는 점도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비슬초교 제공
최근 대구 비슬초교 전교학생회 부회장에 당선된 최민기 군과 중국 출신인 어머니 최보경 씨. 밝고 씩씩하게 자란 최 군에겐 다문화 가정 출신이라는 점도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비슬초교 제공

대구 비슬초등학교(교장 황영숙)는 대규모 학교다. 53개 학급에 전교생이 1천250명일 정도다. 이곳은 최근 선거를 통해 1천명이 넘는 학생들의 대표로 다문화 가정 학생을 뽑아 화제다. 어린 학생들 스스로 함께 사는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6학년 최민기 군은 최근 전교학생회 부회장이 됐다. 비슬초교가 더 멋진 학교로 거듭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 선거에 나섰다는 게 최 군의 말. 친구들도 잘 해낼 거라며 출마를 권유했다. '조선의 22대 왕인 정조처럼 학생들과 활발히 소통하겠다'고 밝혀 학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최 군의 활약이 더 눈에 띄는 건 다문화 가정 학생이어서다. 최 군의 어머니 최보경(35) 씨는 중국 출신. 2008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딛고 선 최 군은 당당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다문화라는 배경이 한 번도 문제되지 않았다고 했다.

최 군은 "전교회장단이 되는 데 부모님의 나라가 어디인지는 상관 없다. 누구나 학교의 주인으로서 당당하게 나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친구들이나 투표에 참여한 후배들도 내가 학교를 위해 어떤 공약을 내세웠는지에 대해 더 궁금해 했다"고 밝혔다.

아들이 선거에 나간다고 했을 때 최보경 씨는 사실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다만 최 군이 꼼꼼하게 선거를 준비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결과에 관계 없이 대견하다고 느꼈다. 또 이번 선거를 통해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이 줄어든 점을 느낄 수 있어 마음이 놓였다.

최 씨는 "단점만 보고 나무란 적이 많았는데 내 아이에게도 이렇게 당찬 면모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자랑스럽다"며 "다문화 가정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게 학교에서 잘 가르친 것 같다. 앞으로도 지구촌을 아우르는 생각을 심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최 군은 전교회장, 전교여부회장과 힘을 모아 비슬초교를 더욱 행복한 곳으로 만들고 싶단다. 그는 "천 명도 넘는 학생들이 똘똘 뭉쳐진 학교는 정말 멋질 것"이라고 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보탰다.

최 군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그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어느 하나 별나지 않은 가정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다. 꿈과 생각을 펼치려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도 똑같다"며 "다문화 배경을 가진 친구들이 저마다 가진 꿈을 향해 씩씩하게 나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선거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면서 황영숙 교장도 마음을 놓았다. 다문화 가정 학생과 부모가 가장 바라는 부분은 '다문화'가 아니라 '평범한' 가정으로 바라봐 주는 거라는 게 황 교장의 생각. 이번 선거에서도 다문화에 대한 편견이 비칠까 살짝 걱정했는데 학생들이 보여준 모습은 기대 이상이었다.

황 교장은 "편견이나 차별 없는 눈으로 선거에 참여한 비슬의 아이들이 참으로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선의의 경쟁을 펼친 학생들 모두 칭찬해주고 싶다"며 "학생들이 각자 가진 빛깔을 서로 존중하는 태도는 미래 사회에서 꼭 필요하다. 앞으로도 학생들이 화합할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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