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건' 피해자, "피해 왜곡 정당서 시장 나오면 못 돌아갈까 두려워"

입력 2021-03-17 15:56:09 수정 2021-03-17 18:23:58

박원순 성추행 사건 피해자 호소…"의문 제기 소모적 논쟁 중단하길"
정의당 "與, 책임있게 응답해야… 선거 왜 시작됐는지 잊었나" 지적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17일 "피해 사실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은 이제 소모적 논쟁을 중단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피해자 A씨는 이날 서울 모처에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는 사람들'이 진행한 기자회견에 나와서 이같이 밝혔다.

A씨가 입장문 대독 등의 형식이 아닌 취재진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고 발언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A씨는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과 심경을 공개적으로 밝혀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A씨는 언론 앞에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이유가 많이 묻혔다.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오히려 날 상처 줬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내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들어 후회가 덜한 쪽을 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회복에 가장 필요한 것은 용서라는 것을 깨달았다. 용서를 하기 위해서는 '지은 죄'와 '잘못한 일'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게 먼저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설 자리가 없다고 느껴졌다"는 대목을 읽으면서는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는 "사실의 인정과 멀어지도록 만들었던 '피해호소인' 명칭과 사건 왜곡, 당헌 개정, 극심한 2차 가해를 묵인하는 상황들은 처음부터 잘못된 일이었다"면서 "잘못한 일들에 대해 진심으로 인정하면 회복을 위해 용서하고 싶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은 책임 있게 응답하라"고 비판했다.

조혜민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는 피해자의 말 앞에 정치권은 처절히 반성해야 한다. 2차 가해는 외면하고 선거 승리만을 외치는 후보들과 정당들은 고개 숙여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번 재·보궐 선거가 왜 시작됐는지 모두 다 잊어버린 것이냐"고 반문했다.

서혜진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 변호인(왼쪽 세 번째)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혜진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 변호인(왼쪽 세 번째)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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