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낙하산 인사 자행하며 공공기관 개혁 운운은 자가당착일 뿐

입력 2021-03-17 05:00:00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땅 투기 의혹 등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는 물론 일감 몰아주기 전관예우, 겸직 돈벌이 등 온갖 형태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반성은커녕 국민 속을 뒤집는 LH 일부 직원들의 도덕 불감증 언행까지 되풀이돼 지탄을 받는 상황이다.

LH 사태를 가져온 원인이 여럿 있겠으나 문재인 정권의 낙하산 인사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LH 내부 비리를 막아야 할 상임 감사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미디어 특보로 활동한 낙하산 인사였다. LH의 비상임 이사엔 전문성이 떨어지는 시민 단체 출신이 2명이나 들어가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LH 사장에 임명됐던 것도 낙하산 인사로 보지 않을 수 없다.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들이 포진한 탓에 내부 감시망에 구멍이 뚫렸고, 직원들의 땅 투기 등 비리 차단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었다. LH 사태를 두고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문 정권 들어 공공기관에서 어이없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경주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해 원전 전력 판매 단가를 조작하는 사실상의 범죄 행위에 가담했다. 한국전력은 학령인구가 줄어 대학이 남아도는 판에 1조6천억원이 드는 한전공대 설립을 강행했다. 그에 이어 LH 사태까지 터졌다. 전문성이나 경영 능력은 따지지 않고 내 편만 챙기는 정권의 낙하산 인사가 횡행한 결과 공공기관의 불·탈법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재인 대통령은 LH 사태를 계기로 "공공기관 전체가 공적 책임과 본분을 성찰하며 근본적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겠다. 그 출발점은 공직 윤리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부 통제 시스템 구축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공공기관에 대한 정권의 낙하산 인사가 근절되지 않는 한 대통령이 제시한 방안들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공공기관 기관장 4명 중 1명꼴로 낙하산 인사를 자행하고서 공공기관 개혁 운운하는 것은 자가당착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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