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가톨릭의 산 역사·지역사회 큰 어른 떠나"
오후 5시까지 계산성당 조문객 700여명…동화사 주지 능종 스님 애도
대통령실 화환 정중히 사양…대구가톨릭대 분향소 마련

"항상 가난하고 낮은 사람을 먼저 생각하신 분인데 갑자기 떠나보내게 돼 먹먹합니다."
15일 천주교 대구대교구 제8대 교구장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 빈소에는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빈소가 마련된 대구대교구 주교좌 계산성당에서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미사가 진행됐다. 대구대교구는 화환을 받지 않고 미사를 진행키로 했다. 따라서 대통령실에서 보낼 예정이던 화환을 정중히 사양했고, 총리실이 보낸 화환은 돌려보냈다.
계산성당 신도뿐 아니라 대구 곳곳에서 신자들이 빈소를 찾으면서 이날 오후 5시까지 계산성당에는 700여 명의 조문객이 몰렸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신자들은 발열체크를 하고 출입증을 확인한 뒤 입장할 수 있었다. 일반 시민들은 출입자 명부 작성 후 사회적 거리두기 스티커가 붙은 자리에 앉았다.
신자 이선자(75) 씨는 "이 대주교님이 예수님과 가장 닮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교구 걱정을 한 사랑이 많으신 분"이라며 "해외를 돌면서 좋은 일을 많이 하셨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조문객을 위해 밤새 음식을 준비했을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최광경 천주교 대구대교구 사회복지국장은 "이 대주교님은 신학교 설립 뿐 아니라 사회복지에 큰 힘을 실은 분이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사회복지사업과 결핵환자들을 위한 밀알회 설립에도 힘썼다"며 "대구 가톨릭의 산 역사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 신일희 계명대 총장 등도 조용히 추모한 뒤 자리를 떠났다.

이날 빈소를 찾은 김제남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코로나 극복과 우리 사회 평화를 위해 남긴 이문희 대주교님의 업적을 기록하고 추모하고자 왔다"며 "21년 동안 교구장으로 활동하시면서 지역사회 큰 어른으로 많은 일을 하셨다"고 말했다.
신일희 계명대 총장은 "좋은 분이셨는데 헤어지게 돼 슬프지만 앞으로도 함께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화사 주지 능종 스님은 이날 오후 7시 5분쯤 계산성당을 찾아 조문하고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세림 총무국장, 현진 사회국장, 신지 포교국장 등 6명의 스님과 함께 조문한 능종 주지 스님은 조문록에 서명한 뒤 빈소 앞에서 반야심경을 봉송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능종 스님은 "이 대주교님은 사랑과 헌신, 봉사 등 큰 족적을 남기셨다"면서 "대주교님이 지상에 남긴 사랑의 큰 자취가 영원하길 기도한다"고 했다
대구가톨릭대(총장 우동기)는 14일 선종한 천주교 대구대교구 8대 교구장 이문희 대주교를 추모하기 위해 교내 본관과 중앙도서관 2곳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장례미사는 17일 오전 10시 30분 범어대성당에서 진행된다.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 영전에 -이태수 시인 애도시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당신이 이루시던 사랑과 평화의 길을
우리는 제대로 따르지 못했습니다
성자와 힘께 성부께로 나아가시며
성령으로 당신은 한결같이
길 위에서 헤매는 우리를
따뜻하게 끌어주시고 밀어주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하느님과 함께, 높지만 낮고 부드럽게
우리에게 다가서시던 당신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생명의 길을 일깨우셨습니다
아버지의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 손엔 종려나무 가지를,
다른 손엔 사랑의 등불을 드셨습니다
종려나무 잎새를 흔들어
어두운 길을 환하게 밝히시며
우람하게 저만큼 앞서 걸으셨습니다
우리는 어리석어 제대로 따르지 못했습니다.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그리스도를 따라
오로지 한 길을 걸으신 당신의
크고 부드러운 손, 낮게 임하시던 그 모습이
오늘은 더욱 거룩한 빛을 뿌립니다
우리의 눈과 귀는 어둡고
여전히 길을 잃은 채 헤매지만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시던
사랑과 평화, 당신이 꿈꾸시던 나라는
아득히, 그러나 가까이 눈부십니다
이제 아버지의 나라에 드신
당신 앞에서 무릎 꿇고 조아립니다
빛이 되신 당신을 우러러 우리는
이 변변찮은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더욱 높이, 깊이 빛나소서
하느님 사랑 안에서 불쌍한 우리를
굽어보옵소서. 더욱 깊이, 높이 빛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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