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설원의 판타지,노던 라이츠 빌리지
북극경계선을 한참이나 넘어 도착한 핀란드의 사리셀카(Saariselka). 눈 밖에 보이지 않는 풍경은 마치 지구의 끝을 찾아온 느낌이다. 혹독한 추위와 어둠의 적막이 지배하는 극야의 땅에서 북극의 어둠을 밝히는 빛을 만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한겨울 해와 달이 공존하는 신비의 세계가 펼쳐지는 사리셀카는 짧은 낮을 알뜰하게 즐기려는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다. 이곳에 어둠이 내리자 영하 37도. 온도계의 수은주가 영하40도 근처까지 내려갔다. 양말 3개를 신고 방한복까지 껴입었지만 찬바람이 닿는 맨 얼굴엔 콧물이 나오자마자 서리로 변할 정도로 감각이 없다.
사리셀카는 숲속의 자연 한가운데서 고요함을 즐기거나 엑티비티를 찾는 여행객에 맞게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다. 호텔시설 이외에 캠프장의 야외 오두막에 이르기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이곳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노던 라이츠 빌리지(Northern Lights Village)를 찾았다.

◆핀란드 사우나 문화
통나무집으로 들어가면 천정이 유리로 되어 있어 누워서 밤하늘의 별과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전통 샬레스타일의 객실과 유리 이글루의 장점을 합쳐 놓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방에 배낭을 풀고 혹한의 추위에 우선 사우나 열기에 몸을 녹여보고 싶었다. 사우나는 핀란드 문화와 떼어놓을 수 없다. 많은 라플란드 주민들은 집이나 별장에 사우나를 갖고 있다. 여행자들도 여행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우나를 경험할 수 있다.
날씨가 차가울수록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온천이나 핀란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우나다. 핀란드인들에게 있어서 사우나는 생활 그 자체다. 그래서 사우나 카페, 사우나 바, 사우나 아일랜드, 사우나 버스 그리고 심지어 곤돌라사우나까지 있을 정도로 핀란드인들은 다양한 사우나를 즐기며 살아간다.

빌리지 한쪽에 자리 잡은 사우나를 찾았다. 전통적인 핀란드식 사우나를 즐기는 방법은 먼저 샤워를 마친 뒤 맨 몸으로 뜨거운 사우나에 들어가 스팀을 만끽하는 것이다. 핀란드식 사우나와 앞마당에 마련된 얼음으로 된 냉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시설로 발이 들어가니 감각이 사라지는 것 같다. 사람이 너무 춥고 차가우면 추운지 아픈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 같다. 사우나에 있는 인도 여행자와 사우나의 뜨겁고 살을 에이는 추위의 맛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핀란드 사우나의 진수를 만끽했다.

◆ 인생최고의 눈 썰매장, 카우니스파(Kaunispa) 언덕
'아름다운 머리'라는 뜻의 카우니스파 언덕으로 가는 교통편은 사리셀카 마을에서 수시로 버스가 운행되므로 이용이 편리하다. 완만한 경사를 급하게 돌아 오른다. 주위의 나무에는 눈꽃이 피어 신비스런 작품을 보는 듯하다. 30여분 후 해발 438m의 정상에 도착하자 남극기지 같은 설빙을 덮어쓴 카페가 나타났다.
한 눈에 여기가 진짜 설국이구나 하고 나도 모르게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이곳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긴 썰매장이라는 사리셀카 카우니스파 썰매장이다. 길이가 1.2km 된다고 한다. 모두들 중무장을 하고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하는 출발선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끝이 보이지 않는 도착 지점을 향해 미끄러지면 돌이킬 수 없는 자연 속도로 신나게 내려가게 된다. 엄청난 속도에 브레이크를 잡으려고 썰매위에 누워버리니 가속도가 붙어서 봅슬레이를 타는 느낌이다.

최장코스의 천연 눈썰매장 슬로프만큼 경사도와 속도도 최고로 더 재미있었다.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중간 중간 안전을 위한 평지가 있어 속도를 줄여주어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았다. 여행지에서 느낀 갈증을 식도부터 시작해 오장육부를 싹 훑고 내려온 기분이다. 지구상 최고의 스릴 넘치는 썰매를 탔다. 중·상급 스키 슬로프를 내려오는 것 같았다.
내려오는데 10분이상 걸리는 이세상 최북단의 썰매장을 마음껏 즐겼다. 리프트를 타고 오르며 볼 수 있는 자연경관도 아름다울뿐만 아니라 썰매를 타는 스릴은 어릴적 추억을 소환해 낸다. 노을이 지는 설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을 느낀다.

◆하늘극장에서 바라 본 순백의 모습
해는 점점 빠르게 기울어가고 추위 또한 몰려온다. 언 몸을 녹이러 산 정상에 눈보라를 뒤집어 쓴 채 얼어 있는 카페 문을 밀고 들어섰다. 이보다 더 아늑하고 따뜻해 보이는 카페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여행자들에게 인기 만점인 스키장 정상 카페 실내는 너무나 훈훈하다. 음식과 카페 실내의 온기로 몸을 녹이고 나니 가로등이 켜지고 해가 저물고 있다.

이 설국에 홀로 남겨진 듯 한 솔로 스키어는 어떤 기분일까. 우리나라의 북적대는 스키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경을 찾아 카페를 나섰다. 마을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산정의 중심부에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온통 하얀 풍경이지만 순백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넋을 놓고 바라본다.
눈앞에 펼쳐진 하늘극장엔 해가 지려는 듯 붉은 노을이 하얀 지평선을 물들이고 있다. 멋진 노을 속에서 지구 끝에 있는 고립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하얀 눈의 여왕을 찍었던 카메라도 이 광활한 아름다움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형언할 수 없는 풍광을 가슴 속에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해 한 동안 눈 속에 파묻혀 있었다.

◆ 아름다운 마을 사리셀카의 매력
해와 달이 공존하는 신비의 세계가 펼쳐지는 사리셀카는 밤새 소리 없이 내린 눈이 말 그대로 소복하게 쌓였다. 이대로 그릇에 담아 팥만 얹으면 한 그릇 팥빙수가 될 것 같다. 소복이 쌓인 하얀 눈을 헤치며 마을 산책길을 나섰다. 인구 350여명이 오손도손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은 사계절 여행자가 많이 찾는 곳이다.
겨울엔 눈이 녹지 않아 이 지역 전체가 온통 눈에 둘러싸여 있다. 도로와 인도의 경계가 모호하지만 차들이 거의 없고 속도를 내지 않아 위험하지 않다. 이곳은 겨울철 침엽수림이 펼쳐진 핀란드의 풍경을 상상했던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겨울왕국이라는 표현보다 더 사리셀카를 잘 설명해주는 단어가 있을까.
차갑지만 상쾌한 겨울 날씨에 동화속의 아담한 꿈나라 같은 마을곳곳을 걷다가 잠시 따뜻한 음료로 몸을 녹여 본다. 이곳 사리셀카 지역은 아이스커피가 없는 것 같다. 아이스 커피 달라고 했다가 점원이 놀라며 없다고 했다. 다행히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가능하다고 해 새로운 맛을 느꼈다.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자연으로 손꼽히는 우르호 케코넨(Urho Kekkonen)국립공원 옆에 자리하고 있어 허스키와 순록 사파리. 하이킹, 눈썰매, 스키등의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어서 많은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이다. 겨우내 쏟아지는 눈으로 스키와 보드등 겨울 레저를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다. 눈의 마을 사리셀카는 시내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허스키 개썰매는 숲속에서 눈으로 쌓인 언덕의 마법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허스키 개들은 영리하고 강인하며 눈을 즐긴다. 커브길에서 속도 줄이는 걸 깜빡해서 썰매가 뒤집어지기도 하지만 조금 타면서 커브구간에서 브레이크를 밟아주니 개들이 천천히 달리고, 직선 구간에서는 허스키의 본능으로 사정없이 질주한다. 속도의 매력을 경험하고 동시에 역동적이고 달리기를 좋아하는 개들과 사랑에 빠져보는 설원의 낭만을 즐겨본다.
엽서 같은 마을의 곳곳에 자리한 예쁜 기념품가게와 순록고기로 유명한 맛집 등 여행자에게는 설국의 낙원이다. 북쪽 30여분 거리에는 이발로(Ivalo)공항이 있어 비행기로도 오고 갈 수 있다. 북위 68도, 북극에서 불과 25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발로 공항은 핀란드뿐만 아니라 EU국가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한 국제공항으로 러시아와 노르웨이 국경도 차로 30분이면 닿는 곳이다.


안용모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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