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희 바울로 대주교님 영전에'
이태수 시인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당신이 이루시던 사랑과 평화의 길을
우리는 제대로 따르지 못했습니다
성자와 힘께 성부께로 나아가시며
성령으로 당신은 한결같이
길 위에서 헤매는 우리를
따뜻하게 끌어주시고 밀어주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하느님과 함께, 높지만 낮고 부드럽게
우리에게 다가서시던 당신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생명의 길을 일깨우셨습니다
아버지의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 손엔 종려나무 가지를,
다른 손엔 사랑의 등불을 드셨습니다
종려나무 잎새를 흔들어
어두운 길을 환하게 밝히시며
우람하게 저만큼 앞서 걸으셨습니다
우리는 어리석어 제대로 따르지 못했습니다.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그리스도를 따라
오로지 한 길을 걸으신 당신의
크고 부드러운 손, 낮게 임하시던 그 모습이
오늘은 더욱 거룩한 빛을 뿌립니다
우리의 눈과 귀는 어둡고
여전히 길을 잃은 채 헤매지만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시던
사랑과 평화, 당신이 꿈꾸시던 나라는
아득히, 그러나 가까이 눈부십니다
이제 아버지의 나라에 드신
당신 앞에서 무릎 꿇고 조아립니다
빛이 되신 당신을 우러러 우리는
이 변변찮은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더욱 높이, 깊이 빛나소서
하느님 사랑 안에서 불쌍한 우리를
굽어보옵소서. 더욱 깊이, 높이 빛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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