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부 차관 ‘쪼개기 매입’ 의혹에 "주말농장, 투기 아니다"

입력 2021-03-14 17:36:34

2016년 평택 현화리 땅 매입, 개발지 인접 34명이 나눠 보유 중
농림축산식품부 “박 차관 해당 토지 존재 뒤늦게 인지, 배우자가 주말농장으로 구입”

박영범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설 연휴 첫 날인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AI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가축방역상황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범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설 연휴 첫 날인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AI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가축방역상황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으로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 박영범 차관의 배우자가 신도시 인근 농지를 농업법인을 이용해 '쪼개기 매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LH 논란 이후 일부 국회의원 가족 등의 부적절한 부동산 매입이 드러난 적은 있지만 현직 차관의 투기 의혹은 처음이다.

14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박 차관의 배우자는 지난 2016년 9월 경기 평택시 안중읍 현화리 613 토지 중 일부를 농업법인을 통해 5천만원에 매입했다.

박 차관 배우자의 지분은 전체 2천612㎡ 중 66㎡(20평)이며, 현재 총 34명이 해당 토지의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다고 서울신문은 전했다.

매입 당시 박 차관은 농업 관련 시민단체인 지역농업네트워크의 대표였다. 이후 배우자는 박 차관이 농식품부 농정개혁위원, 한국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 등을 거쳐 농업 정책을 담당하는 청와대 농해수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인 2019년 8월 이 땅을 4천500만원에 팔았다. 비서관 임기와 해당 토지 보유 시기는 3개월 정도가 겹친다.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진보당이 연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진보당이 연 'LH 직원 투기 의혹 정부합동조사단 1차 조사결과 발표에 따른 기자회견'에서 송명숙 진보당 서울시장 후보와 김재연 상임대표 등이 '관련자 엄중처벌' 등이 적힌 손피켓을 청사 담장에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해당 토지는 평택 서부권 최대 규모의 민간 도시개발사업인 화양지구 개발사업 부지와 밀접해 있다. 또 평택의 다른 도시개발사업지인 현화지구와는 1㎞ 떨어져 있다.

박 차관 배우자가 이용한 농업법인은 위탁영농사업과 함께 부동산 종합컨설팅, 부동산중개업, 매매·임대·관리용역업 등을 병행하는 일종의 기획부동산 업체로 보인다.

이 업체는 지역농협에서 토지 매입 대금을 확보했다. 이후 해당 토지는 대금을 갚지 못해 압류돼 지난해 3월 경매에 부쳐졌다.

농식품부는 박 차관 배우자가 해당 토지를 주말농장용으로 구입한 것이며 투기 목적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박 차관 배우자가 2016년 고등학교 친구의 권유를 받아 주말농장형 부동산으로 생각해 매입한 것"이라며 "박 차관의 당시 거주지가 경기 수원이었고, 평택이 수원의 인근이다 보니 주말농장용으로 가능하겠다고 생각했고 투기 목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토지 매각이 늦어지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청와대 비서관 검증이 2019년 5월에 있었고 이때 박 차관이 해당 토지의 존재를 인지했다"며 "이후 토지를 바로 매각하려고 했는데 권리관계가 복잡해 단독으로 팔기가 쉽지 않아 시일이 늦어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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