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역할인지 잘 모른다"…낯선 단어가 되어버린 '상공의원'

입력 2021-03-14 17:52:24 수정 2021-03-14 20:05:06

상공의원 참여해도 정확한 역할 모르는 경우도 있어
대구상의 20년 가까이 무투표 지속, 정원 미달된 적도
지역 경제인들 상의 역할 축소 다양한 해석에도…“여전히 중요” 공통된 목소리

지난해 5월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지난해 5월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구상의 회장단-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 간담회. 매일신문 DB

1994년 지역 언론에는 "대구상의 회장과 상공의원을 거치는 것이 광역단체장과 지방의원으로 가는 길"이라는 경제인들의 얘기를 전한 기사들이 실렸다. 상의 선거 시기가 되면 가히 '지방선거급' 분위기가 연출됐는데, 대구상의의 역할과 영향력이 그만큼 컸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흐른 2021년 현재 대구상의를 바라보는 지역 경제인들의 시각은 그때와 사뭇 다르다.

이번에 새롭게 대구상의에 발을 들인 한 의원사 대표는 "주변의 권유로 참여하게 됐는데 솔직히 상공의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른다"고 털어놓을 만큼 '상공의원'은 낯선 단어가 됐다.

대구상의에 따르면 지난 2000년(17대)까지 60명이었던 상공의원 정원은 18대 67명, 19대 91명으로 꾸준히 늘었고 2009년(20대) 112명으로 세자릿수 시대를 연 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과거 회장 후보자 간 갈등으로 지역경제계가 분열되는 상처를 입은 대구상의는 18대 노희찬 회장 시절부터는 계속해서 무투표로 상공의원이 선출되고 있다. 한 때는 정원이 미달된 적도 있었다.

대구상의의 역할과 위상이 과거와 달라진 점에 대해 지역 경제인들은 저마다의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첫째는 지역경제 정보제공 창구로써 대구상의의 기능이 줄었다는 점이다.

상공의원 A씨는 "과거 지역경제와 관련된 정보를 알려면 상의 간행물을 봐야만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다른 경제연구소가 많아져 기업 입장에선 상의에 의존할 필요성이 줄었다"고 말했다.

또 섬유산업을 중심으로 최전성기를 달리던 대구 경제는 IMF 이후 탄탄했던 지역기업들이 대거 파산하며 크게 위축됐고, 여전히 당시의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상공의원 B씨는 "한 세대 전 대구경제의 힘은 서울과 비교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며 "이후 대구경제는 긴 침체기에 접어들며 산업경쟁력이 크게 약해졌고, 힘 있는 지역기업이 줄어드니 대구상의 운신의 폭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섬유나 기계, 자동차부품업 등 지역에서 존재감이 큰 업계 위주로 대구상의가 운영된다는 불만도 나왔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지역업체 대표는 "주도 업종 중심으로 목소리가 크게 반영되다 보니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소외감을 느끼는 측면이 있다"며 "향후 업종별 특화에 신경 써 다양한 업계 의견이 수렴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젊은 기업인들 사이에선 상의에서 활동할 필요성을 느끼기 힘들다는 얘기마저 나왔다.

30대 식품기업 대표는 "요즘 기업인들은 비슷한 업종끼리 소규모로 네트워킹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며 "과거 상의의 주축이 됐던 기업인들이 원로가 됐지만 여전히 세대교체가 미진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지역 경제인들은 여전히 대구상의가 가장 중요한 경제단체인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한결같이 상의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대구상의 관계자는 "대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상의도 역할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구상의가 정보제공과 기업지원 역할은 물론이고 최신 요소 기술을 지역기업에 접목할 방법을 찾는 등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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