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 현실" 시장 저변 열악하고 수익성 낮아지는데 비용·규제만 커져
배인호 대한건설협회 경상북도회장은 현재 지역 건설 업자들의 처한 현실에 대해 "울고 싶은데 울 곳조차 없다"는 말로 설명했다. 건설 환경 저변은 갈수록 열악해지는데 정부 정책은 옥죄고 있고, 이같은 어려움을 호소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연임에 성공하면서 6년간 경북도회장을 맡고 있는 배 회장의 속사정은 다음과 같다.
▶울고 싶다고 했는데.
- 중대재해처벌법에 이어 최근 건설안전특별법까지 국회를 통과해 앞으로 건설업자들은 이중 처벌을 받아야 할지 모른다. 이런 가운데 적정 공사비는 낮아지는 반면 안전관리 비용이 대폭 높아져 수익성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에 건설 인력마저 귀해져 건설인들 입지는 급속히 줄고 있다. 이같은 애로 사항을 속 시원하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이 없다는 말로 해석해 달라.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을 강화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 건설 현장에서 안전을 등한시하는 기업이 어디 있겠는가. 사고는 말 그대로 사고다. 언제어디서 발생할지 모른다. 만약 사고가 나더라도 책임 소재의 첫째 발주처에 있고, 둘째로 기업에 있고, 마지막에는 현장 작업자로 봐야 한다. 하지만 관련법은 이를 싹 무시하고 사고만 나면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는 식이다. 최소한 현장의 안전 기준을 준수하면서 사업을 추진할 경우에는 사업자도 면피할 방안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이 법은 그렇지 않다. '무조건 업자들이 법적 책임을 져라'는 식이다.
▶건설안전특별법도 같은 맥락인가?
- 이 법은 근로자 재해보험 의무화를 골자로 한다. 또 건설기계 임대인 및 조종사 등에 대한 안전관리 책임 강화한다. 현장의 안전관리 시설을 확대하고 외주나 일용직 인력까지 재해보험에 가입시킨다면 비용 증대는 불가피하다. 따라서 그만큼 수익을 내느냐의 문제에 직면하는데 현재 정부는 어떻게 하면 공사 대금을 깎을까만 고민 중이고 적정 공사비 책정에는 관심이 없는 듯해 걱정이다.
▶안전 관련 시설,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 기본적인 것은 이미 다 갖추고 있다. 아니면 공사를 따내지 못하거나 허가조차 받지 못한다. 문제는 공사비다. 적정한 공사비만 받는다면 업체로서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공사 낙찰가율은 통상 적정 공사비의 85% 수준에 불과하다. 최적의 공사비 보장 없이 건설업계에만 '제 살 깎아내라'식의 논리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회원사들의 입장은?
- 제가 회장직을 맡으면서 60여 개사가 더 가입해 현재 670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 업체가 영세하다. 현장 안전에 신경을 쓰지만 갑자기 공사비보다 많은 안전시설을 들일 수도 없고, 일용직 노동자들의 보험료까지 지불할 여력도 없다. 전국적으로 SOC 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대기업들은 그런대로 버틸 재간이 있으나 지역의 영세 업체들은 사활을 걸어야 하는 문제가 도래한 것이다.

▶그래도 활로가 있다면?
- 지역으로선 통합신공항 건설이 최대 호재다. 경북의 전 회원사들은 2024년 착공을 목놓아 기다리고 있다. 사업 자체의 현장 규모도 그렇지만 주변에 들어설 도로·철도를 생각하면 현재 악재를 타개할 유일한 해결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다만 지역 건설 업체들이 공사 참여율이 확대돼야 한다는 점은 간과해선 안 된다.
▶지역업체 참여율 제고 방안은?
- 공사 규모에 따라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으로 계약을 체결하게 돼 있다. 국가계약법은 지역업체에 하청을 주는 게 권고 사항에 불과한 반면 지방계약법은 지역 업체 하청 비율이 51%로 강제돼 있다. 또 100억원 이상의 대형 공사는 분할 발주해서 지역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원천적으로 길을 열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이철우 도지사께서 도와주고 계셔서 순조로운 진행이 예상된다.
▶지역업체 경쟁력 강화 방안은?
- 개정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에 따르면 올해부터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간 업종의 벽이 무너진다. 별도의 두 개 건설 시장이 개방돼 어느 쪽이라도 진출이 허용되는 것이다. 해당 법이 정착되기 전까지 실적관리를 하는 종합건설 및 전문건설협회 모두 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철저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한 양대 건설 시장에서 살아남는 업체만이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을 것이다.
▶개인 회사도 운영 중인데.
- 1969년 성호건설을 설립해 선친에 이어 52년간 2대에 걸쳐 경영하고 있다. 나름대로 지역사회 발전에 조그마한 보탬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회사 구성원 중의 일원으로 직원들과 더불어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신념으로 운영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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