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호·대임지구'도 땅 투기 의혹…LH사업 동일 사례 지역민들 분노

입력 2021-03-09 18:45:10 수정 2021-03-09 20:11:01

"투기 안 한 사람만 바보" 성난 민심…"관행처럼" "빙산의 일각" 곳곳서 불만
임직원들 사전 개발 정보 이용 분양권 사전 취득 등 의심 사례
"맹지 몇 십억씩 대출 기가 막혀"

9일 대구 연호 공공주택지구에 토지 보상을 노린 외지인들이 급하게 지은 다세대 주택 모습.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9일 대구 연호 공공주택지구에 토지 보상을 노린 외지인들이 급하게 지은 다세대 주택 모습.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개발·분양한 대구 연호지구와 경산 대임지구에도 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역민의 분노가 폭발 직전이다.

LH가 조성하는 대구 연호지구와 경산 대임지구뿐 아니라 대구도시공사, 지방자치단체 등의 각종 공공 사업에도 비슷한 사례가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8일 "대구 연호지구에서 LH 직원들이 사전개발정보를 이용해 분양권 사전 취득 등 투기 의혹이 있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경산 대임지구와 관련해서도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 외지인의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글은 "토지 보상을 위해 결성된 비대위에서 고위직을 맡고 있는 사람이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다. (이 사람을 중심으로) 외지인이 아파트 당첨 우선권을 편법 배정받게 하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지역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공공 개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투기한 경우가 '빙산의 일각'일 것이란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한 부동산 카페 회원들은 "개발 관련 부처 및 기관 임직원들은 그간 관행처럼 투기를 해왔을 것이다" "문제된 직원들은 자신들만 걸려 억울하다는 심경일 것이다" "대출이 막혀 집 한 채도 못 사는데 몇 십억원씩 맹지에 대출을 받은 것을 보니 기가 막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급등한 집값에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한 젊은 직장인들의 불만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한 회사원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출 제한 등 각종 부동산 규제를 만들어놓고 정작 LH 임직원들은 손쉽게 투기를 하고 있었다"며 "머리를 안 굴리고 성실하게 살아 온 사람들만 바보로 만든 '현대판 탐관오리'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민심을 반영하듯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해임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9일 오후 기준 7천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해당 게시물 작성자는 "집값에 억눌려 살아온 국민들은 이번 사태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며 "변 장관은 직전 LH 운영자로서 도의적인 책임이라도 지는 것이 정부의 국정철학에도 부합하는 길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도내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경북개발공사는 경북도 감사관실 등의 협조를 받아 조만간 조사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경북경찰청도 지역 내 개발사업 현황 파악, 의심스러운 토지거래 정황 및 첩보 수집 등 조사에 나섰다.

정성용 대구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기업 직원이 업무 영역과 관련된 부동산에 투자를 하는 것 자체가 법적·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일"이라며 "이번 사태를 엄격한 처벌로 다스려야 향후 공공이 추진하는 개발 사업에 주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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