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체육 왕회장’ 최억만

입력 2021-03-09 05:00:00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지난 3일 오랜 지병 끝에 세상을 떠난 최억만 경상북도체육회 상임고문은 지역 체육인들로부터 '왕회장'으로 불린 거인이다.

지난 1997년부터 2018년까지 21년간 상임부회장을 맡은 고인은 경북체육회 회장인 경북도지사를 모시는 영원한 2인자였지만, 체육인들은 그를 '왕회장'으로 예우했다. 그가 모신 이의근, 김관용 도지사는 모두 3선을 역임했다.

고인은 진정한 체육인이었다. 버스와 화물자동차 등 운수업으로 성공한 그는 경북도의회 의장과 한국자유총연맹 경북도지회장을 맡기도 했지만, 대구상고(현 대구상원고) 럭비 선수 출신인 그에겐 체육계가 체질적으로 맞았다.

고인은 상임부회장 시절 사업은 아들에게 맡기고 끊임없이 체육 현장을 찾아다니며 소통했다. 경제인 부회장으로 출연금만 내는 임원 역할에 그치지 않고 전국을 누비며 지역 선수단을 격려했다. 그가 전국체전과 전국소년체전 때 경기장에서 역대 교육감들과 관람석에 앉아 응원하고 격려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는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경산중·고 럭비 선수단을 초청해 600만원 상당의 한우 고기를 대접하기도 했다.

'성적 지상주의'에서 탈피하려는 엘리트 체육 환경의 변화로 빛을 잃었지만, 경북이 전국체전의 강호로 이름을 올린 것도 고인의 작품이다. 경북이 2001년 제82회 충남 전국체전에서 12위로 추락한 뒤 고인과 당시 조창현 사무처장이 이의근 도지사에게 사퇴서를 내고 '배수의 진'을 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후 체육회 예산은 대폭 늘었고 경북은 전국체전에서 2~5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잉여금(이자 포함 현재 210억원) 확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2006년 김천 전국체전 유치, 컬링 전용 경기장인 경북컬링훈련원 2006년 건립, 이재근 사무처장의 대한체육회 진천선수촌 촌장 영전 등도 고인의 노력으로 성사됐다.

고인은 신부전증으로 매주 2차례 혈액 투석을 하면서도 코로나19 확산 이전까지는 상임고문으로 활동하는 열정을 보였다.

고인의 장례를 경북체육회장으로 치르지 못한 것은 이유를 떠나 아쉬운 일이다. 고인의 뜻을 기리는 경북체육회관이 하루빨리 건립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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