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영상시대의 골드러시

입력 2021-03-09 11:54:44

이승우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창작지원팀장
이승우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창작지원팀장

미디어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보니 1인 크리에이터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실감한다. 시작을 막막해하는 분들에게는 처음부터 좋은 장비가 필요 없으니 일단 시작부터 해보시라 적극 권한다. 센터의 초급교육과정도 안내드린다. 영상제작에 대한 저변은 넓으면 넓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 육성의 차원으로 가면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진다. 유튜브가 대세이니 모든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크리에이터 양성만으로는 지역 내 영상 산업 육성이라는 장기목표 달성을 기대할 수 없다. 이미 포화상태인 크리에이터 시장에서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도 힘들거니와, 성공한다 하더라도 소수의 지역 유튜버들에게서 유의미한 고용, 부가가치 창출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영상산업의 전망이 어둡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영상산업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인 미디어 플랫폼뿐 아니라 IPTV, OTT 등 새로운 플랫폼에서 요구하는 영상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증가세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확실한 추세다. 문제는 온택트 시대를 맞아 더욱 성장할 산업 분야에서 대구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비교우위 분야를 발굴하고 육성하느냐에 있다.

우선 접근의 인식부터 변화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서부로 몰려들었던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골드러시 때 금을 찾아 돈을 번 사람은 극소수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정작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이들은 채굴장비, 생필품, 식료품업자들이었다. 청바지의 대명사 리바이스의 시작도 이 때였다.

1인 유튜버 양성에 초점이 맞춰진 영상 분야의 육성 방향을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편집 혹은 CG, VFX 등의 특수효과, 애니메이션 디자인, 사운드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등 영상의 후반작업(post prodution) 분야나 파생산업을 특화시켜 육성하는 것이다.

영상물의 후반작업은 온라인영상, 드라마, 방송, 영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상물의 필수과정이다. 실제로 영상영화산업을 미래먹거리로 중점투자하고 있는 부산, 전주 등은 후반작업 분야의 시설 유치와 지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시장의 규모도 급격하게 커지고 있어 효과적으로 육성만 한다면 충분히 향후 대구 미래산업의 중추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인구 80만 명의 캐나다 퀘벡은 방송, 영화의 제작 유치와 후반작업이 주요한 기반산업 중 하나이다. 드라마나 영화 후반작업을 해봐야 얼마나 벌겠나 싶겠지만, 퀘벡영상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규모가 10억 달러였다. 우리 돈으로 1조1천억원이 넘는다. 영상시대의 골드러시는 이미 시작되었다. 무엇을 쫓을지는 우리가 선택해야 한다.

이승우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창작지원팀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