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수술과 성별 정정을 거쳐 숙명여자대학교에 최종 합격했지만 일부 재학생들의 반발에 입학을 포기했던 트랜스젠더 A씨가 고 변희수 전 육군하사를 추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부사관 복무 중 성전환 수술로 강제 전역 처분을 받고 법정 소송을 진행하던 변 전 하사가의 사망소식에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A씨는 최근 변 전 하사의 사망과 관련,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안타까운 심정"이라면서 "변 전 하사가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바라고, 슬픔 없는 세상에서 다시 자유로운 날개를 펼치기를 바란다"고 추모했다.
이들의 인연은 변 전 하사가 성전환 수술을 받기 전인 지난 2019년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두 사람은 종종 만남을 가지며 인연을 이어왔고 변 전 하사는 수술을 앞두고 A씨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타당한 근거 없이 한 사람의 인생을 규정짓는 행위는 정의롭지 않다고 배웠는데, 정당하지 않은 근거로 인해 자신의 삶이 규정지어진 사람이 있었다"면서 "그는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국가로 인해 한순간에 '군 복무에 부적합한 신체를 가진 사람'이 됐다"고 변 전 하사를 기억했다.
아울러 "이같은 사회의 판단에 앞으로 꽃을 피울 수 있었던 변 전 하사의 다양한 가능성들은 순식간에 짓밟히고 말았다"며 "지난해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은 국가와 개인 간의 일을 넘어 변 전 하사를 평생 따라다닐 꼬리표가 됐다"고도 전했다.
여기에 덧붙여 A씨는 "단지 사회적 시각에서 약간 벗어난 것이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삶의 가능성들을 모조리 잃어버려야만 하는 죄라면, 그 누가 이 죄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면서 "'다르다'는 이유로 '틀렸다'고 말할 수 있다면, 틀리지 않은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A씨는 더불어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세잎클로버에 비하면 네잎클로버는 단지 돌연변이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네잎클로버를 한 번쯤 찾아보기도 한다"면서 "모난 돌이 정에 맞는 사회에서 조각품은 있을 수 없다. 결국은 평평한 벽돌이 될 뿐"이라고 했다.

한편 변 전 하사는 지난 3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변 전 하사가 같은 날 오후 5시 49분쯤 자택에서 숨져 있는 것을 출동한 소방대가 발견했다.
상당구 정신건강센터는 상담자로 등록된 변 전 하사가 지난달 28일 이후 연락이 안 돼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119에 신고했다.
소방당국은 시신의 부패 정도로 미뤄 변 전 하사가 숨진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웃 주민들에 따르면 변 전 하사는 3개월 전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경찰이 출동했었다. 그의 집에서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았고,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기 북부 모 육군부대 소속이던 변 전 하사는 지난 2019년 휴가 중 태국으로 가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와 계속 복무를 희망했다.
그러나 군은 변 전 하사 신체 변화에 대한 의무조사를 시행해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지난해 1월 전역을 결정했다.
이에 변 전 하사는 지난해 2월 육군본부에 재심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육군은 "전역 처분은 군인사법에 규정된 의무심사 기준 및 전역 심사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 전 하사는 '트렌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도움으로 지난해 8월 11일 계룡대 관할 법원인 대전지법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대전지법 행정2부는 다음달 15일 이 소송 첫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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