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격 사퇴…'文정권 대항마'로 정치판 입성?

입력 2021-03-04 16:25:50 수정 2021-03-04 19:40:32

4일 尹 검찰총장 사의…文대통령 1시간여 만에 '수용'
"이 나라 지탱한 헌법 정신 파괴, 무너지는 정의·상식 더는 못 봐"
"어느 위치서든 국민 보호 최선"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4일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입법 추진에 반대하며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 사의 표명 1시간여만에 수용의 뜻을 내놓았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대검찰청 청사 현관 앞에서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고 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수사·기소권 분리와 이를 통한 검찰의 수사권 완전 폐지를 전제로 한 중수청에 반대한 기존 입장을 거듭 밝힌 것이다.

윤 총장은 지난 2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수청 설치에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전날 대구고검·지검 방문 때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윤 총장은 이날 사의 표명에서 퇴임 이후 행보에 대한 여지는 남기면서도 '정계 진출'과 관련한 명시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는 "검찰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셨던 분들, 제게 날 선 비판을 주셨던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후 윤 총장은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청와대는 윤 총장 사의 표명이 있은 지 1시간 15분 만에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의 사의 수용 소식을 전했다. 이로써 윤 총장은 오는 7월 24일 2년 임기를 4개월여 앞두고 물러나게 된 것이다. 현행 검찰청법에는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대통령의 면직 규정은 명시돼 있지 않다. 총장이 법무부 장관에 사표를 제출할 경우 장관이 대통령에게 면직을 제청하도록 규정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이처럼 속전속결로 절차를 진행한데는 윤 총장이 보인 일련의 행위가 사실상 '정치 행위'인 만큼 결정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정치권은 윤 총장 사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재보궐 선거에 여권과 윤 총장 대립 구도가 부각돼 정권 견제 심리가 결집할 가능성 때문이다. 여기에 윤 총장이 유력한 야권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만큼 야권에서는 정권 심판의 구심점으로 삼을 개연성도 크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전격 사의를 밝혔다. 윤 총장은 대검찰청 청사 현관 앞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전격 사의를 밝혔다. 윤 총장은 대검찰청 청사 현관 앞에서 "검찰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오늘 총장직을 사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서울 용산전자상가 가전매장에서 시민이 관련 보도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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