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 행인을 직접 물지 않았더도 위협에 놀라 다쳤다면 견주가 치료비뿐만 아니라 정신적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창원지법은 줄에 묶인 반려견이 초등학생을 위협해 넘어져 다치게 한 사건과 관련해 견주에게 치료비와 위자료 등 56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경남 창원시에 사는 A씨는 2019년 6월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던 중 한 아파트 화단 앞 나무에 개를 묶어두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 사이 초등생 B(8)양이 옆을 지나던 중 갑자기 개가 달려드는 바람에 넘어져 팔꿈치를 다치는 등 전치 4주의 부상을 당했다. 정신적으로도 트라우마를 겪어 심리치료를 받아야 했다.
B양의 부모는 A씨에게 치료비와 위자료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고, 이에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자신의 반려견이 성대수술을 해 짖지 못하며, 사고 현장 산책로는 4~5m 정도로 여유가 있어서 개를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고 항변했다. 또 B양의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에 대해서는 그 사건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은 법원에서 조정에 회부됐으나 불성립돼 결국 정식 재판에 이르게 됐고, 재판부는 B양 부모가 청구한 병원 치료비 260여만원을 전부 인용하고, 위자료는 청구된 400만원 중 300만원만 인용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8세 여아인 반면 개는 성견으로 어른 무릎 정도에 오는 중형견"이라며 "A씨의 개는 그 행동과 이빨 등을 고려할 때 주인 외 다른 사람에게는 큰 위험과 두려움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갑자기 달려드는 개를 발견하면 뒷걸음질 치거나 놀라 주저앉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라며 "설령 B양이 도망 등 방어행위를 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B양의 과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소송을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정성훈 변호사는 "반려견이 물거나 할퀴는 등 직접적 신체손상을 입힌 사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신체적 손해 뿐만 아니라 정신적 손해까지 모두 인정됐다"며 "애견 인구 1000만명을 훨씬 넘긴 요즘 견주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