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으로 가는 길... 윤석열에게 다가오는 선택의 시간

입력 2021-03-04 06:13:41 수정 2021-03-04 06:34:03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오후 일선 검사들과 간담회를 위해 대구 고·지검을 방문하고 있는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오후 일선 검사들과 간담회를 위해 대구 고·지검을 방문하고 있는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권에 반기를 든 것을 두고 대선으로 가는 포석 쌓기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반대의 모양새를 만든 뒤 검찰총장직을 내려 놓고 대선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윤석열 총장은 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권 폐지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은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파괴"라며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은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힘 있는 세력들에게 치외법권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총장이 전면적인 인터뷰에 나선 것도 보기 힘든 일인데 인터뷰에서 윤석열 총장은 직접 수사권 폐지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을 거론하며 "단순히 검찰 조직이 아니라 70여년 형사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다.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했다.

이제까지 윤석열 총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집권여당의 검찰 힘 빼기에 어느 정도 박자를 맞춰 줬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권을 아예 송두리째 빼앗자는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까지는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두고 검찰 개혁보다는 여권 보호 목적이라고 보고 있다는 취지의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기 시작하자 윤석열 총장의 "직을 걸겠다"는 이번 발언을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선 출마 선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반대의 희생양이 되는 '그림 만들기'에 좋은 시기인 까닭이다.

게다가 대선 캠프를 꾸릴 시간을 벌려면 지금이 최적이라는 계산도 나온다. 윤석열 총장의 임기는 올 7월 말까지다. 대선은 내년 3월 9일이다. 정상적으로 퇴임한 뒤 대선을 준비하면 윤 총장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7개월 정도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준비에 투입되는 시간을 최소 1년 정도로 잡는다. 윤 총장이 대권에 도전하려면 지금이 준비를 시작한 최적의 시기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이런 흐름을 감지했다. 그는 "3월이 윤 총장에게 결정적 순간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별의 순간'이란 표현까지 나왔다. 김 위원장은 "현직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계 입문을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별의 순간은 본인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총장의 발언이 나온 직후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주축으로 하는 세력이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한 야권 핵심 인사는 "두 줄기가 밑그림 그리기에 들어간 것 같다"며 "검찰 출신을 주축으로 하는 줄기와 서울대 출신을 주축으로 하는 줄기가 있다는 이야기가 돈다"고 말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쪽에서도 윤석열 총장의 대선 출마를 대비해 기초 조직 마련에 나선 곳도 있다고 알려졌다. 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우리는 우리 캠프를 윤석열 캠프라고 굳이 명명하진 않는다. 다만 대선에서 뛸 조직을 미리 만들어 적절한 리더가 나왔을 때 큰 힘이 되려고 조직을 다지는 중"이라고 했다. 이 시민사회단체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지에서 이제껏 대선 후보로 거론된 인사와는 일정 거리를 두고 있다.

윤석열 총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윤 총장의 의지가 확고하다. 사실상 대선 준비에 들어섰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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