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친문 만능 면허증

입력 2021-03-04 05:00:00 수정 2021-03-04 06:36:5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9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9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사람 쓰는 걸 보면 그가 기업을 키울 사람인지, 말아먹을 사람인지 알 수 있고, 마당 쓰는 빗자루질만 봐도 장차 그가 주인 될 사람인지, 평생 남의 집 종살이나 할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는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에 바탕을 둔 '친문(親文) 회전문' 인사다. 소득주도성장으로 내수경제를 거덜 내고 일자리를 박살 낸 장하성 전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은 징계는커녕 문 정부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국 대사가 됐다. 정의용 장관은 국가안보실장,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거쳐 외교부 장관이 됐다. 그는 미국 트럼프 시대에 최적 인물이라고 했는데, 바이든이 취임하니 바이든 시대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되었다. 트럼프와 바이든은 성향과 대외 접근법이 다른데도 말이다. 해당 분야 전문성을 찾아보기 힘든 문체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최근, 지난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염홍철 전 대전시장은 새마을운동중앙회장, 3선을 지낸 김우남 전 민주당 국회의원은 한국마사회장,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한국조폐공사 사장이 됐다. 이들이 해당 분야에 어떤 전문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전국 공공기관장 절반 이상(340곳 중 197곳)이 올해 교체된다. 지금까지 행태로 볼 때 '친문 낙하산'은 불 보듯 뻔하다. '낙하산 인사'가 문재인 정부만의 고유 인사는 아니다. 하지만 문 정부는 "그런 일을 없애겠다"며 정의와 공정을 입에 달고 살더니, 명실공히 낙하산 인사의 산실(産室)이 되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친문'은 말하자면 '만능 면허증'이다. 그래서 '친문'이면 경력과 무관하게 어디 잠시만 발을 걸쳐도 '정통한 전문가' 대접을 받는다. 병원에 가 보고, 공항에 가 본 친문들이 외과수술이나 전투기 조종을 하겠다고 덤비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정치적 고려로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은 전문성·효율성·합리성·수익성보다는 이념 혹은 공공성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실력도 경험도 비전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임기 내내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임기 말에나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깨닫지만 곧 임기가 끝난다. 그렇게 공공기관의 본래 목적이 훼손되고, 나아가 기관 자체가 서서히 망가진다. 국가라고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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