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물밑작업을 치밀했고 파격적인 당근책 주효"
"지역특화업종, 교통접근성, 선택과 집중 등 기본에 충실하게 준비"
현재 국민에게 최고의 찬사를 받는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주인공은 SK바이오사이언스다. 지긋지긋한 코로나19로부터 해방시켜줄 백신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국내에 공급할 첫 백신을 출하하는 과정이 전국에 생중계됐을 정도다.
이 화제의 기업을 경북 안동에 둥지를 틀게 한 일등공신인 김광림 전 국회의원(현 퇴계학연구원 이사장)을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운이 좋았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백신산업의 육성 필요성과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고 지난한 과정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참모가 옆에 있었습니다. 안동시와 경상북도가 힘을 보탰고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국내 굴지의 대기업도 모험 어린 결단으로 화답해주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10여 년 공든탑의 가치가 국가적 감염병 재난사태로 확인됐습니다."
천상 '안동 양반'이다. 많은 이들에게서 고향에 백년 먹을거리 기업을 유치하고 뿌리를 내리게 한 '수훈갑'이라는 평가를 들으면서도 자신의 공을 앞세우진 않는다. 유치과정을 차분하게 곱씹으며 지방정부가 대기업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내용을 응축해서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
김 전 의원은 "세계은행이 기업입지 요건으로 지역특화업종, 교통접근성, 선택과 집중 등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데 SK바이오사이언스 유치과정도 이 원칙에 입각해 준비했다"며 "'지역에 투자하는 기업을 철저하게 모신다'는 일관된 태도와 기업과 약속한 정부지원사업의 확행으로 상호신뢰를 두텁게 한 점도 유치와 안착에 큰 힘이 됐다"고 회고했다.
구체적으로 김 전 의원은 정신문화의 수도이자 청정자연이 자랑인 안동에는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보다는 고부가가치 첨단기업이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백신산업을 낙점했다. 그리고 중앙선 고속전철화로 우수인력이 안동행을 주저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행해 온 다양한 정책은 잠시 미루고 유치기업에 대한 각별한 지원에 나섰다.
그는 "지난 2010년 유치 당시 기업의 투자위험부담을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는 수준의 파격 지원카드를 제시했음에도 충북 오창 등 경쟁지역이 워낙 쟁쟁했기 때문에 흡사 대입시험결과 기다리듯 입지선정 발표를 기다렸다"며 "안동시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당근'을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시의회의 우려를 설득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전 물밑작업은 더욱 치밀했고 김 전 의원이 주도했다. 우선 2009년 국회에서 백신산업 전반에 지원하던 국가예산의 규모를 크게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업계와 학계의 환심을 샀다. 경북도와 안동시 역시 관련 세미나를 정례적으로 개최하며 백신분야 종사자들에게 존재감을 알렸다.
여기에 절묘한 한 수가 더해졌다.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이 주관하는 SK컨소시엄이 광역경제권연계협력사업으로 선정되도록 김 전 의원이 수완을 발휘한 것이다. 그는 "당시는 신종플루 방역실패로 보건당국이 곤욕을 치르던 시기라 백신주권을 주창하며 정부를 설득했는데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국내 백신분야에서 김 전 의원과 안동의 위상이 높아질 즈음 SK그룹이 백신공장 입지를 찾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그동안 구축한 백신업계 인맥을 총동원한 로비작전이 성과로 이어졌다.
유치 이후에도 김 전 의원은 '국민안전을 위해 국가가 책임지고 백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백신분야에 대한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예산을 매년 증액하고 관련 국책연구기관 설립에도 공을 들였다.
김 전 의원은 "백신산업지원센터 설립, 국제백신연구소 안동분원 개원, 백신상용화기술지원기반시스템 구축 등 지역에 터를 잡은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반시설을 꾸준하게 추가하면서 안착을 도왔다"며 "이제는 안동이 명실 공히 한국 백신산업의 메카가 될 수 있다는 확신도 가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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