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내일인 3일 지방 검찰청 순회의 일환으로 대구고검 및 대구지검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공교롭게도 전날인 2일(오늘)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추진에 대한 공개 비판 발언을 해 관심이 향하고 있다. 이어 3일 윤석열 총장이 대구에서 내놓을 발언이 어떤 내용일지에 시선이 쏠리는 모습이다.
일단은 2일 대검찰청이 해당 언론 인터뷰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수사청과 관련한 일선 검찰청의 의견 취합이 완료되면 적절한 방법으로 추가 입장을 내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알렸는데, 그 '추가 입장'을 윤석열 총장이 내일(3일) 대구에서 직접 밝힐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그런데 한 발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윤석열 총장에게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대선 행보와 관련, 3일 대구에서 언론에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그가 이례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수사청 추진을 비판한 것을 두고는 역시 이례적으로 정권을 향해 각을 세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한 언론은 "(윤석열 총장이)총장실 책상 뒤편에 걸린 '공정한 검찰, 국민의 검찰'이라는 글귀를 자주 가리켰다"며 '공정'과 '국민'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검찰 출신 법조인(공정)이 대권(국민)에 나서겠다는 암시로도 읽힌다.
윤석열 총장은 인터뷰에서 '사퇴'라는 단어도 강하게 조명시켰다. 그는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며 여권의 수사청 입법 강행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는데, 앞서 윤석열 총장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극한 갈등 과정에서는 반대로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해 온 점에서 입장이 꽤 바뀌었다는 관측이다. '사퇴 가능'이 됐다는 얘기다.
이 경우, 즉 사퇴를 할 경우 남은 수순은 대선 캠프 구성이라는 것. 윤석열 총장은 인터뷰에서 "초임 검사 때부터 무슨 일을 하든 직을 걸고 했지만, 그런 건 별 의미 없는 말"이라고 했는데, 이 역시 '직에 더는 미련이 없다→사퇴할 수 있다'로 읽힌다.
그러면서 윤석열 총장의 임기도 주목을 받고 있다. 윤석열 총장은 2019년 7월 25일 취임, 올해 7월 24일까지 일한다. 윤석열 총장이 퇴임하는 7월은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종료되고 3개월이나 지나 대권 구도가 한창 윤곽을 드러내 있을 시기로 전망된다. 20대 대선일인 2022년 3월 9일을 단 9개월 남겨둔 시점이다. 이에 보궐선거 직후 대권 레이스에 '정상적으로' 뛰어들려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최대한 빨리 사퇴해 야권과 접촉하고 캠프 구성에도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여권에서는 검사 퇴직 후 1년 동안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한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인데,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적용 받기 전, 즉 임기를 모두 마치기 전에 사퇴를 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또 하나. 보궐선거 전 윤석열 총장의 입에서 대권 관련 언급이 나올 경우, 이게 장외(윤석열 총장은 현재 당적이 없음)에서 보궐선거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만약 윤석열 총장이 이번에 대구에서 대권을 언급한다면, 이는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지지도가 급히 빠지는 상황에 대한 대응으로도 볼 수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앞서 범야권 1위 후보 자리 및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이은 2위 자리를 꾸준히 지켜온 윤석열 총장은 지난 2월 22∼24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전국 만 18세 이상 1천7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이재명(28%) 지사와 이낙연(11%)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3위(7%)를 차지했다.
불과 한달여 전인 지난 1월 4~6일 같은 여론조사업체(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전국 만 18세 이상 1천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는, 이재명(24%), 윤석열(16%), 이낙연(15%) 순이었다.
그동안 톱3로 조명돼 온 3인 가운데 이재명 지사는 지지도를 좀 더 높여 아예 독주 체제를 마련했고, 새해 들어 제안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 등을 이유로 지지도가 빠졌던 이낙연 대표는 요즘 추경 정국을 주도하며 지지도를 회복하는 모습인데, 윤석열 총장은 존재감을 점점 잃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총장의 대권 지지도에 대해서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1년 동안 갈등 구도를 벌여온 데 따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어 추미애 전 장관이 사라지면서, 후임 박범계 장관과의 갈등 구도는 전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지도 역시 떨어졌다는 얘기다. 이에 윤석열 총장이 지지도를 유지 내지는 높이는 것은 물론, 대권 행보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기점을 3일 대구에서 마련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윤석열 총장이 방문할 '대구'도 함께 시선을 모으는 모습이다.
만약 윤석열 총장이 대권을 언급한다면, 검사로서 또는 정치적 유배지였으며 검사 생활을 첫 시작한 대구검찰청(대구고검, 대구지검)이 탁월한 장소 선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구검찰청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라임사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조국 일가 비리 사건, 우리들병원 불법 대출 사건 등을 수사하다 대구로 발령 받은 검사 4명 사례를 두고 '정권의 유배지'로 언급되기도 했는데, 그보다 앞서 윤석열 총장도 사례를 쓴 바 있다.
윤석열 총장은 1994년 사법연수원(23기)을 수료한 후 대구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2009년에는 대구지검 특수부장을 맡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정상적 인사에 따른 대구와의 인연이다.
이어 2013년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 수사 외압 논란에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고, 2014년 대구고검 검사로 사실상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물론 애초에 대구는 윤석열 총장의 전국 검찰청 순회 일정 가운데 마지막 방문지로 정해졌고, 시점 역시 추미애 전 장관이 징계 청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앞설 수 있었다. 지난해 2월 13일 부산고검·지검, 2월 20일 광주고검·지검, 10월 29일 대전고검·지검을 방문했는데, 그해 11월 24일 추미애 전 장관이 윤석열 총장에 대해 직계를 청구, 직무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대구고검·지검 방문이 이번으로 늦춰진 맥락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여권의 수사청 추진 및 이에 대한 윤석열 총장의 인터뷰를 통한 작심 비판이 나온 시점에 대구를 찾게 된 상황이다.
한편, 대구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거나, 대권 관련 일정을 짤 경우 'TK 정치 1번지'로 통하는 서문시장이 주요 방문지로 꼽혀왔다.
홍준표 무소속 국회의원이 자유한국당 소속 경남도지사로 있던 2017년 3월 18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도 2017년 3월 14일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일정으로 서문시장을 찾았다.

아울러 유튜브 채널 '검찰TV'(대검찰청 검찰방송)는 윤석열 총장의 지난 지방 검찰청 방문 일정을 모두 영상으로 제작해 업로드한 바 있다. 이번 대구 방문 현장 역시 곧 업로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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