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는 노포급 동네책방… 10년 넘게 운영중
헌책방이자 지역출판사가 펴낸 신간도 많은 책방
물레책방은 노포(老鋪)급 동네책방이다. 지난해가 개점 10년째였다. 2008년 서울로 간 '녹색평론' 사무실이 있던 건물 지하를 헌책방으로 연 게 2010년이다. 그러잖아도 책방 초입 붙박이장에 자리 잡은 다량의 '녹색평론'을 보면 '녹색평론'과 연관성을 유추하지 않을 수 없다.
물레책방이라는 이름도 故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의 저서 '간디의 물레'에서 따온 것이었다. 순환의 의미라고 했다. 팔린 책이 돌아오고 다시 나가니 사람 간의 교류이기도 하다고 했다. '녹색평론'이 유독 많았던 이유는 간단히 풀렸다.
책방지기 장우석(46) 씨는 독립영화 감독이기도 하다. 물레가 필름통과 닮아 책방 이름으로 잘 어울린다고 했다. 장 씨는 "지난해 10주년을 맞았는데 코로나19의 타격이 있었다. 지금은 책방 내부를 다시 꾸미고 있는 중이다. 다소 어수선하지만 기본적인 골격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책방지기의 취향이 드러나는 중앙 책장에는 2000년대 초반 사회과학 서적으로 유행했던 헌책들, 그가 읽은 것으로 추정되는 '노무현과 국민사기극(강준만 著)'이라든지 'R통신(손석춘 著)' 등이 꽂혀 있다. 신간도 눈길을 잡는데 특히 학이사, 달구북, 브로콜리숲, 담다 등 지역출판사가 발간한 책이 여러 권 보인다.
물레책방은 인문학 강의장으로도 이름을 상당히 알렸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작가가 펴낸 출판물을 다루는 건 물론 영화 상영, 음악감상, 북콘서트, 공연, 인문학 강좌도 마련했다.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니 2018년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이달의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저런 행사도 물레책방을 유명서점 반열에 올려놓은 밑거름이었지만 무엇보다 압권은 책의 양이었다. 1만 권이 넘는다. '책이 주인공인 책방'으로 만들겠다는 건 장 씨의 바람이기도 했다. 1990년대 학번인 장 씨의 기억 속 기저에는 헌책방이 있었다. 장 씨는 "지금은 대중교통전용지구인 대구역네거리에서 중앙네거리까지가 서점 거리였다. 대구시청 주변도 그랬다. 그런 곳들이 하나씩 사라졌다"고 했다.

헌책방으로서, 책으로 승부한다는 입소문이 퍼져나가자 은퇴하는 대학교수들이 책을 기증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연구하며 파고들던 보물 같은 책들이 고물상에서는 그저 종이로만, kg당 얼마씩에 거래되는 대상으로 전락하는 현실이 노교수들의 자존심을 할퀸 탓도 컸다. 김윤상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김영범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의 책들이 헌책으로 입고됐다. 은퇴가 예고된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책들도 물레책방행이 예약돼 있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오후 7시에 닫는다. 간혹 책방지기가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있다. 전화를 하고 가면 헛걸음을 피할 수 있다. 문의 053)75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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