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국립고궁박물관이 '호렵도 팔폭병풍'을 선보여 학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를 통해 한국미술 부문 최고가인 93만 달러에 낙찰받은 이 작품은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해외 문화재 환수 차원에서 추진하여 국내로 들어오게 되었다.
단원 김홍도의 작품이라고 경매 당시 소개되었으나, 국내 전문가 감정 결과 김홍도의 영향을 받은 도화서 화원이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18세기 후반 정조가 규장각에 설치한 자비대령화원들이 가장 많이 그린 그림이 풍속화였다. 이전까지 묵죽, 산수 등이 많이 그려진 것에 비해 획기적 변화였다. 호렵도 역시 정조 때부터 제작되었다.
18·19세기는 신분제의 변화가 많았던 시기이다. 경제적 부흥과 신분제의 변화로 사대부의 문화를 동경하였고, 자연스럽게 생활 주변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이 시기 민화는 그림, 도자기, 가구, 건축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며, 민간 수요의 그림으로 자리 잡았다.
선비의 삶을 동경한 서민들이나 양반들은 서재를 만들어 책가도(冊架圖)로 장식하는 것을 큰 자랑으로 여겼다. 초기 책가도는 책과 문방구, 석류 등의 소재로 한정되었다. 후기로 갈수록 골동품, 과실류, 화초류 등 다양한 기물로 채워졌으며, 학식과 진귀한 구경거리를 표현하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특히 원근법을 무시하고 앞에서 뒤로 갈수록 기물이 크지는 역원근법은 민화가 지니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개성적 표현을 잘 드러내고 있다.
생활미술의 성격을 띤 민화는 벽사진경(辟邪進慶), 권선징악, 세태풍자 등을 표현하고 있다. 작호도(鵲虎圖, 까치호랑이)는 전형적인 민화의 해학성을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다. 까치는 서민에, 호랑이는 권력에 빗대 지혜로운 까치가 힘센 호랑이를 골탕먹이는 모습으로 그려낸 것이다.
1960~70년대 김기창, 이우환, 조자용 등 화가와 연구자들에 의해 민화는 수집되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의 민화전시는 1968년 에밀레하우스(에밀레박물관) 개관 기념 '벽사의 미술'전으로, 이후 다양한 전시들이 기획되었다.
2005년 9월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한·일 우정의 해 기념 특별전 '반갑다! 우리민화전'을 통해 일본에 있는 우리 민화를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하였다. 역원근법, 다시점(多視點), 시공간의 동시적 표현, 형태의 자유로운 변형·상호비례 무시 등 민화의 조형적 특징들은 김기창, 박생광, 장욱진, 최영림 등 많은 미술가에게 영향을 주기도 했다.
2015년 한국미술협회 민화분과가 독립적으로 창설되고, 해외 순회전이 기획될 만큼 최근 몇 년 동안 민화의 저변이 확대되었다. 이제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학문체계를 갖추고,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문화교류에 앞장서 나가게 되길 기대한다.
최현정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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