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태교 여중생 살인' 가해 남고생 "심신미약" 주장

입력 2021-02-24 18:35:06 수정 2021-02-24 20:10:18

가짜 SNS 계정·가상 인물로 위장…교제 거부 지적장애 여중생 살해
1심 장기 12년 단기 5년 선고 불복
변호인 "1심 법원에서 관련 진단서 배척…정신감정 요구"

대구고법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고법 전경. 매일신문 DB

교제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지적장애 여중생을 살해한 이른바 '대구 무태교 살인 사건'의 가해 남고생이 항소심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나섰다. 재판부가 심신미약을 인정할 경우 1심 형량보다 크게 감형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오전 대구고등법원 별관 5호 법정. 징역 '장기 12년, 단기 5년'의 1심 선고에 대해 검사, 피고인 모두 불복한 탓에 항소심 첫 재판이 대구고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양영희)의 심리로 열렸다.

이날 검찰은 재판부에 '원심 형량이 너무 가볍다'고 주장했다. 반면 A군 측은 '형이 과하다'는 주장과 함께 심신미약 사유를 고려해 판결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A군의 변호인은 재판부에 "심신미약의 사유로 볼 수 있는 진단서가 많았음에도 1심 법원에서는 이를 배척했다"며 "A군에 대한 정신감정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대구지법은 지적장애 3급인 A군에 대해 "지적장애, 충동억제능력 저하 등이 범행을 실행하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만, 심신미약의 정도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가짜 SNS 계정을 만드는 등 가상 인물을 내세워 저지른 A군의 범행은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군은 한 온라인 채팅방에서 다른 남자의 사진으로 가짜 계정을 만들어 활동했고, 이 과정에서 지적장애 3급인 중학생 B(15) 양과 가까워졌다.

대화 중 B양의 꿈이 연예인이란 사실을 알게 된 A군은 "걸그룹 소속사 매니저를 하는 친구가 있는데 나 대신 친구를 만나보라"고 제안했다. 평소 계정 주인에게 신뢰가 컸던 B양은 A군을 그의 친구로 믿어 의심치 않았고 몇 차례 만났다.

이후 A군은 B양에게 호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수차례 거절을 당하자 본격적으로 악행을 저질렀다. 지난해 8월 7일 A군은 '사귀자'는 제안을 거절한 B양을 바닥에 넘어뜨리거나 머리 등을 때렸다.

다른 가짜 계정 등으로 B양을 위로하며 다시 B양에게 접근한 A군은 피해자가 계속 자신에게는 관심을 보이지 않자 결국 분노가 극에 달했다.

A군은 같은 달 10일 B양이 신뢰하는 가상 계정으로 '혼자 나와서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오전 6시 42분쯤 A군은 현장에 나타난 B양의 뒤로 몰래 다가가 미리 준비한 범행 도구로 피해자의 목을 졸랐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살해하기로 결심했고, 이 사건으로 피해자의 유일한 유족인 부친이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한편 소년법은 미성년자에게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不定期)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기형을 채우면 교정 당국의 평가를 받고 장기형이 만료되기 전 출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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