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감시망 완벽히 뚫렸던 3시간…'北 남성' CCTV 8번 찍혀도 몰랐다

입력 2021-02-23 13:03:57 수정 2021-02-23 13:37:55

북한 남성이 붙잡혔던 지난 16일 강원 고성지역 민통선 일대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남성이 붙잡혔던 지난 16일 강원 고성지역 민통선 일대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남성이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군의 경계 실패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북한 남성이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와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소초까지 이동하는 3시간 11분 동안 감시 및 경계용 카메라(CCTV)에 10차례나 포착됐지만 군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6일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이 확보된 북한 남성의 월남 경위와 군의 대응 조치에 관한 검열단의 현장 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에서 잠수복을 입고 해상으로 헤엄쳐 온 북한 남성은 16일 오전 1시 5분쯤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왔다.

CCTV에는 오전 1시 5분부터 38분까지 4대의 CCTV에 이 남성이 5회 포착됐고, 상황실 모니터에 2회 경보음(알람)이 울렸지만 상황실 감시병은 오경보로 추정한 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오전 4시 12분에서 14분 사이 동해안 최전방에 있는 해군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CCTV에 북한 남성이 3회 포착됐으나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고, 위병소 근무자도 알아채지 못했다.

오전 4시 16분부터 18분 사이 민통선 소초 CCTV에 2회 포착되어 근무자가 식별하고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남성은 CCTV에 총 10차례 포착됐고, 군은 9, 10번째 포착됐을 때야 식별하고 상황을 전파했다.

북한 남성이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직경 90㎝·길이 26m)는 동해선 철로 공사 때 설치됐으나 해당 부대는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은 후속 대책으로 원인철 합참의장 주관 작전지휘관 회의를 개최해 전 부대 지휘관, 경계작전 수행 요원의 작전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례를 통해 식별된 문제점을 토대로 과학화 경계체계 운용 개념을 보완하고, 철책 하단 배수로·수문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방부와 합참, 육군본부 통합으로 22사단의 임무 수행 실태를 진단하고, 부대 편성과 시설, 장비 보강 소요 등 임무 수행 여건 보장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22사단장 등 지휘계통의 문책 여부에 대해서는 국방부에서 조치할 계획이다.

합참은 "군은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환골탈태의 각오로 근본적인 보완 대책을 강도 높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간인으로 어업분야 종사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남성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했고 붙잡힐 당시 패딩형 점퍼와 모자를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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