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던 지난해 3월 17세 남학생이 폐렴에 걸렸지만, 코로나19 검사를 13번이나 받다 결국 숨진 비극적 사고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유족이 "코로나19 방역 뒤에 가려진 의료공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고인의 아버지라 밝힌 청원인은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코로나 검사만 13번, 17세 OO이는 코로나19로 죽은 것이 아닙니다. K방역 뒤에 가려진 의료공백으로 희생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호소했다.
청원인은 "2020년 3월 18일 오전 11시 16분 대구 한 병원에서 17살 꽃다운 나이의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며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니라 감염으로 의심된다는 이유로 13번의 검사를 받아야 했다. 사망한 후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고서야 코로나 검사는 끝이 났다"고 운을 뗐다.
그는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공백 사태로 억울한 죽음이 재발되지 않도록 의료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공공의료를 확대해달라"고 촉구했다.
청원인은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날짜별로 자세히 서술하기도 했다.
특히 "열이 난다는 이유로 병원 출입을 거부당했다" "열을 내리기 위해 자가용 차 안에서라도 수액을 맞게 해달라고 부탁을 거듭해 겨우 맞았다" "사망선고 시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부어버린 아들의 얼굴과 피를 토한 참혹한 모습은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됐다"는 대목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는 아들의 사망 후 "OO이의 죽음은 우리 의료시스템의 빈 구멍을 보여주는 인재(人災)는 아닌가?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병원 관계자, 공무원, 시의원, 지역구 국회의원, 변호사, 의료인, 기자를 만났다"며 "수없이 되뇌인 질문 끝에, 'OO이와 같은 허무한 죽음이 다시는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청원인은 "불행한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코로나19 방역 뒤에 가려진 의료공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침묵으로 외면한 정부와 병원은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청원에는 이날 오후 7시 45분 현재 532명이 동의했다.
다음은 청와대 국민청원글 전문.
이글을 올리는 저는 작년 3월 코로나19 대확산 시기에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은 17세 **이의 아빠 ***입니다.
2020년 3월 18일 오전 11시 16분 대구 ***병원에서 17살 꽃다운 나이의 **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니라 감염으로 의심되는 열이 난다는 이유로 **이는 13번의 검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가 사망한 후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고서야 코로나 검사는 끝이 났습니다. 음압병실에 있었다는 이유로 마지막 가는 길, 아이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손 한번 잡지 못한 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이를 떠나보내고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코로나19와 관련된 여러 토론회에 참석하고 관련 전문가들을 만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의 죽음은 우리 사회 의료공공성 부족이 낳은 의료공백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죽음의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묻어버린다면 **이와 같은 억울한 희생이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이 부모로서 너무도 허무하고 어이없게 보낸 아들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집니다. 하지만 다시는 **이와 같은 억울한 희생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국민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아들에 대한 병원 의료행위 과정의 적정성과 적법성에 대한 해명이 꼭 필요합니다.
진료 과정에서 의료 과오가 존재했다면 최소한 책임자들의 사과가 있어야 합니다.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공백 사태로 억울한 죽음이 재발되지 않도록
의료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공공의료를 확대해줄 것을 촉구합니다.
**이의 죽음은 고열이 난다는 이유만으로 적절한 진찰도, 치료도, 간호도 받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지난해 3월 대구·경북지역에 코로나19 전염병이 확산되자 모두가 두려움과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열이 나면 아무리 위독해보여도 집에서 2~3일 지켜보라고 할뿐, 병원의 응급실은 문을 닫고 환자들은 진료를 거부당했습니다. 열이 나는 환자에 대한 병원의 진료체계는 마비되었습니다.
작년 3월 10일, **이는 그 무렵 항암 치료를 마친 아빠를 걱정해 3주간 외출을 하지 않다가,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온종일 동네를 돌아다녔습니다. 약국 7군데에서 허탕을 치고 오후 늦게 가랑비를 맞으며 한 시간 줄을 선 끝에 KF94 마스크 2장을 구해 돌아왔습니다. **이는 그날 밤부터 열이 났습니다. "의심 증상이 있을 때 무조건 병원을 찾지 말고 3~4일 경과를 지켜보세요"라는 방역지침에 따라 해열제와 감기약을 복용하고 일단 기다렸습니다.
3월 12일 오후, 열이 41.5℃로 올랐고 더이상 해열제로 열이 내리지 않아 ****병원 선별진료소로 갔지만, 선별진료소는 오후 6시에 이미 문을 닫은 상태라 바로 옆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병원에는 <국민안심병원>이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있었지만 **이는 열이 난다는 이유로 병원 출입을 거부당했습니다. 열을 내리기 위해 수액이라도 놓아달라고 부탁했으나 병원에서는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응급담당 의사는 체온측정만 하고 그 외에는 어떤 처치도 없이,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내일 병원 선별진료소가 문을 열면 다시 와서 코로나 19 검사를 받으라'가 전부였습니다. 우리는 해열제와 항생제 한 알씩만 처방받고 귀가해야만 했습니다.
그날 밤, **이는 밤새도록 고열과 구토 그리고 호흡곤란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3월 13일 아침 일찍 선별진료소 업무가 시작되기를 기다려 다시 ****병원으로 갔습니다. 선별진료소에서 체온측정 및 독감검사, 폐 엑스레이 촬영, 그리고 코로나 19 검사를 했습니다. **이의 체온 40.5도, 열로 인해 몸을 가누는 것조차 힘들어했습니다. 열을 내리기 위해 수액을 부탁하니 병원에서는 맞을 수 없다고 해서 자가용 차 안에서라도 맞게 해달라고 부탁을 거듭한 끝에 겨우 수액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난 후 담당의사는 **이의 폐에 염증이 몇 군데 보인다고 언급하면서도 코로나 19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에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수액 주사를 맞았지만 **이의 고열은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엄마는 불안하여 담당의사에게 "열이 내리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담당의사는 "조금 더 강한 약을 처방하였다."며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집으로 돌아왔으나 열이 떨어지지 않아 이날 오후 4시 30분경, 질병관리본부 1339에 전화를 하니 자신들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보건소로 연결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보건소에서도 '코로나19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서 ****병원에 다시 연락하라고 했습니다.
****병원에 연락하니 진찰을 했던 담당의사는 "오전에 소견서를 써줄까말까 고민했다."면서 다시 병원으로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서둘러 병원에 도착하자 소견서를 주면서 병원회의를 하니 잠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잠시 후 병원장이라는 분이 나와 "(**이가) 오늘을 넘기기 힘들다. 빨리 3차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습니다. 오늘을 넘기기 힘들다니... 이게 웬 청천벽력이란 말인가요? 어느 병원으로 가야할 지 몰라 물으니 ***병원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아들은 고열과 가쁜 호흡으로 고통스러워했고 아빠인 저는 항암후유증으로 손발이 많이 저려 병원구급차로 이송을 요청했지만 다시 거부를 당하고, 어쩔 수 없이 자가용차를 직접 운전해야 했습니다. 퇴근시간대라 차들이 많았기에 비상등을 켜고 떨리는 손으로 차를 몰았고 엄마는 창문을 열고 열이 끓는 아들 얼굴에 연방 손부채질을 하는데 끙끙 앓던 아들 **이가 "엄마, 나 너무 아프다."고 했습니다. 그게 우리가 들은 아들의 마지막 말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3월 13일 저녁 ***병원에 도착한 후 우리 부부는 엿새 동안 응급실 앞 자가용차 안에서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아들의 소식을 기다렸습니다. 음압카트에 누워 병원 안으로 들어간 **이는 3월 18일 사망 전까지 총 13번 코로나 19 검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계속해서 음성이 나왔지만 ***병원 의사들은 '99% 코로나 19를 확신한다.'며 검사를 반복했고, 3월 18일 아침 9시경 담당의사는 흥분한 목소리로 "양성반응이 나왔어요. 이건 세계질병학회에 보고해야 할 변종 바이러스예요!" 라고 외쳤습니다. 죽어가는 아들 앞에서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의사의 목소리는 들떠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부모님은 밀접접촉자니 검사를 받고 집에 가서 격리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집으로 운전해 귀가하는 길에 병원으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오전 11시 16분, **이가 숨을 거두었다고. 다시 돌아오라고.
사망선고 시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부어버린 아들의 얼굴과 피를 토한 참혹한 모습을 보며 느꼈던 참담함은 **이 엄마나 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었습니다.
**이의 죽음을 두고 '코로나 의심 고3 사망 충격', '대구 17세 소년 폐렴 증세 보이다 숨져', '첫 10대 코로나 사망자 나오나'라는 제목의 언론보도는 10대도 코로나 19에 희생될 수 있다는 증거처럼 회자되었습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 ***병원, 그리고 ****병원의 교차검증 결과 아들의 검체는 최종 음성으로 판정 났습니다.
우리는 묻고 또 물어봤습니다. **이는 왜 죽었을까? 열이 나면 집에서 2~3일 기다려보라는 정부방침에 따르지 않고 바로 병원으로 갔더라면? 처음 응급실에 갔을 때 제대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더라면? 계속해서 체온이 41℃를 넘는데 왜 제대로 진료도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을까? ****병원에서 집으로 가라할 때 바로 큰 병원으로 갔더라면? 코로나 19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정말 아무 치료도 할 수 없었나? 왜 ***병원에서는 ****병원 선별진료소 검사결과 코로나 19 음성통보를 받고도 13번이나 연속해서 검사를 했을까? 인공호흡기가 빠졌다고 하는데 환자관리 소홀은 아닌가? 비(非)코로나 19 응급환자는 감염병 재난 시기에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고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을까? **이의 죽음은 우리 의료시스템의 빈 구멍을 보여주는 인재(人災)는 아닌가?
이 질문들의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병원 관계자, 공무원, 시의원, 지역구 국회의원, 변호사, 의료인, 기자들을 만났습니다. 시민단체, 인권활동가들이 함께 <***사망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기자회견을 열고 토론회를 개최하고 서명운동을 벌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병원이 내놓은 간호기록지가 우리가 실제 겪은 상황과 달라 기록이 조작되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습니다. ***학병원에서 이루어진 의료행위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조사할 수 있는 응급실 안 cctv는 두 달이 채 안 된 시점에서 폐기되어 사고 은폐 의혹을 갖게 합니다.
**이가 떠난 후 저와 아내는 아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자책과 상심으로 주저앉고 싶은 때가 많았습니다. 저는 '이걸 왜 해야 하나', '굳이 이걸 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물었습니다. 수없이 되 뇌인 질문 끝에, **이가 돌아올 리 없지만 '**이와 같은 허무한 죽음이 다시는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코로나 19 사태는 우리가 처음 겪는 재난이고 그로 인해 정부도 의료진도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도 힘겹고 벅찬 일이었음을 잘 압니다.
하지만 열이 난다는 이유만으로 제때에 진료를 받지 못해 허무하게 생명을 잃는 사고가 다시는 재발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감염병 위기상황에서 상당한 사각지대를 보이고 있는 우리의 의료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이 시급합니다. 불행한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코로나 19 방역 뒤에 가려진 의료공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침묵으로 **이의 죽음을 외면한 정부와 병원은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병원의 안이한 대처와 의료공백, 공공의료의 취약함, 그리고 잘못된 의료전달체계로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애통함과 간절한 마음을 담아 청원을 올립니다. 함께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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