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정권 마수(魔手)에 ‘위대한 국민’ 실종되다

입력 2021-02-23 05:00:00 수정 2021-02-23 06:08:22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나라가 민주공화국으로 영속하려면 주권자인 국민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국민이 이성적이고 현명(賢明)한 판단을 통해 권력을 잘 부여해야만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대한민국이 오늘의 위치로 올라선 것은 '위대한 국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국민에게서 위대함이 사라지고 있다. 탁월했던 우리 국민이 비이성적이고, 우둔한 존재로 추락 중이다. 국가 발전 기반이 허물어진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위대한 국민' 실종(失踪)의 첫째 증세는 기억상실증이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서울에선 박영선 후보가 야당 후보 누구와 대결하더라도 이긴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부산에서는 가덕도 신공항을 앞세운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꿈틀대고 있다. 민주당이 두 곳 모두 가져갈지도 모를 일이다. 민주당 시장들의 성추행으로 안 해도 될 선거를 하게 됐고, 선거에 국민 혈세가 824억원이나 들어간다는 사실을 서울·부산 시민들이 기억조차 못 하는 것 같다.

둘째 증세는 공짜 심리 만연이다. 코로나 재난지원금에 대한 국민 인식이 나쁜 쪽으로 변질했다. 1차 지원금 때엔 '전 국민 지급' 찬성이 30.2%로, '하위 70% 선별 지급' 29.8%와 엇비슷했다. 그러나 4차 지원금 여론조사에서는 전 국민 지급이 68.1%로 선별 지급 30.0%의 두 배나 됐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려는 사람들이 급증한 탓이다. 공짜에 국민 이성이 마비됐다. 기본소득과 같은 퍼주기 공약을 남발하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자조(自助)를 모토(motto)로 여겼던 위대한 국민은 어디로 갔나.

위대한 국민을 추락시킨 주범(主犯)은 문재인 정권이다. 이 정권에 국민은 장기 집권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국민을 격동시켜 국가 발전의 에너지로 삼지는 않고 국민을 선동(煽動)해 저열(低劣)한 존재로 만들어 권력을 이어가는 지렛대로 써먹으려고 한다. 나라가 어떻게 되든 말든 국민 환심을 사 표(票)만 얻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 전 국민 위로 지원금' 발언은 정권이 국민을 어떻게 여기는가를 결정적으로 보여준다. 코로나로부터 벗어날 기약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코앞에 두고 위로금 카드를 꺼낸 대통령의 저의(底意)가 의심스럽다. 서울·부산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으면 돈을 주겠다는 말을 한 것과 마찬가지다. 선거에서 이기려고 대놓고 국민 매수(買收)에 나서고 있다.

세금으로 감당할 위로금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국민 혈세로 국민을 조삼모사(朝三暮四) 원숭이 다루듯 우롱하고 있다.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거짓말과 내로남불로 국민 이성을 마비시키는 정권의 마수(魔手)가 두려울 지경이다.

히틀러는 총칼로 권력을 탈취하지 않았다. 독일 국민이 선거에서 표를 줘 히틀러에게 합법적인 집권 길을 열어줬다. 또 히틀러의 무도한 정책들을 국민투표로 승인해 줬다. 칸트·헤겔을 낳은 이성적이고 현명한 독일 국민이 이런 짓을 했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사악(邪惡)한 권력 집단에 국민이 현혹돼 비이성적이고 우둔한 존재로 추락해 그들의 폭주를 방조하면 국가와 국민은 재앙(災殃)에 빠진다. 1930년대 독일을 2021년 대한민국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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