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8x91cm 아크릴 온 캔버스
김시원 작 'Drive' 116.8x91cm 캔버스에 아크릴 제작
따분한 일상은 누구에게나 일탈을 꿈꾸게 한다. 만약 일탈이 욕망의 또 다른 변주라면, 일상의 일탈 중 가장 건전한 것은 여행이 아닐까. 낯선 곳으로의 공간이동과 새로운 세계와의 조우는 지루한 삶의 관성을 깨뜨리고 생활의 활력을 재충전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 중 하나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 말처럼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눈이 새로워지면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질 수도 있으리라.
김시원 작 'Drive'를 보면 누구나 여행을 떠올린다. 화면 오른쪽에는 저 멀리 수평선 위로 하얀 뭉게구름이 피어오르고 작은 요트가 지나고 있다. 빨간 무개 포르쉐를 탄 고양이와 동승자인 닭은 선글래스를 끼고 머플러를 휘날리며 해안도로를 신나게 질주하고 있다. 포르쉐 앞 유리에는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새겨져 있다.
그림에서 구태여 앞바퀴에는 '포르쉐'를, 앞 유리창엔 '에르메스'를, 번호판에 작가의 영문 이름을 표기한 까닭은 뭘까? 미루어 짐작컨대 분명 의도가 있을 듯하다.
미술은 작가의 현재 생각과 상태를 표현하는 조형언어이면서 동시대를 묘사하는 보편언어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작가가 인간 내면과 욕망을 주관적으로 표현해 낸 작품은 결국 감상자에게 전달되는 공감을 통해 완성될 수 있다.
명품 브랜드와 이미지를 동경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욕망을 예술적 가치로 드러내고 있는 김시원은 물질로 평가되는 시선과 예술적 가치 추구의 욕구 사이에서 그 양면성을 '고양이'라는 매개로 표현하고 있다.
'포르쉐'와 '에르메스'로 대변되는 상류사회의 이미지는 현대인들의 로망이다. 사람들은 이들 명품을 무리해서라도 소비함으로써 신분상승의 욕망을 해소하고 있다. 하지만 로망과 욕망해소는 삶의 단편일 뿐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욕망의 속성을 결핍으로 규정했다. 다시 말해 결핍을 전제로 한 욕망은 아무리 채워도 여전히 모자람이 남아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김시원은 현대인의 고독과 외로움을 명품으로 메꾸어도 종국에는 이 모든 걸 뛰어넘는 정서적 따뜻함과 유대에 미치지 못함을 시사한다.
김시원은 작가노트에서 "나의 반려묘는 명품에 둘러쌓인 채 유토피아를 찾아 먼 길을 떠나지만 여정의 끝엔 내면의 본질적 가치와 예술을 제대로 향유하며 스스로를 어루만지는 경험을 할 수 있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 말을 곧 작품 속 고양이가 다름 아닌 김시원 자신을 은유하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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