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세상 떠난 딸, 남겨진 손녀와 생활은 막막…"할머니는 나 버리지마"

입력 2021-02-23 06:24:25 수정 2021-02-23 08:52:21

딸 아이 여덟 살 때 남편과 이혼, 가족 모두 흩어지고 연락 끊겨
성인된 딸은 빚더미에 세상 떠나, 홀로 남은 손녀 키우고자 고군분투

손녀 박소율(가명·9) 양과 외할머니 양혜자(가명·60) 씨가 서로 꼭 껴안고 있다. 배주현 기자
손녀 박소율(가명·9) 양과 외할머니 양혜자(가명·60) 씨가 서로 꼭 껴안고 있다. 배주현 기자

"엄마가 방에서 안 나와. 이상해 할머니. 나 무서워."

지난 1월의 어느 화요일 밤. 자정이 다 돼 가는 시간에 손녀 소율(가명·9)이가 바들바들 떠는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외할머니 양혜자(가명·60) 씨는 이상한 직감에 곧장 119에 신고를 했다. 몇 분 뒤 전화벨이 울렸다. 딸 박가은(가명·39) 씨가 뇌사상태에 빠졌으니 급히 병원으로 와달라는 것이었다. 그 길로 혜자 씨는 정신을 잃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은 세상을 떠났다. 딸의 마지막 가는 길은 봐야 할 것 같아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차마 제정신으로 지켜보지 못했다. 모녀는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이별했다. 딸의 인생이 잘못 돼 버린 게 본인의 탓인 것만 같아 걷잡을 수 없는 후회가 밀려온다.

◆ 이혼 후 가족 흩어져…모녀의 고된 삶

억센 삶이었다. 딸이 여덟 살 때 혜자 씨는 남편과 이혼했다. 남편은 가장 역할을 잘못했다. 일자리도 변변치 못했고 겨우 들어간 직장에서 이틀을 못 버티고 매번 그만두기를 반복했다. 월급을 타면 한동안 집을 나가버리기도 했다. 부부싸움을 반복하다 혜자 씨는 남편과 갈라선 뒤 집을 나왔다.

홀로 시작한 새 삶도 참 고됐다. 살기 위해 돼지 농장, 식당 등을 전전했다. 새로운 남자도 만났지만 매일 밤 폭력에 시달렸다. 그렇게 혜자 씨는 다시 혼자가 됐다.

어린 나이의 딸 가은 씨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아빠는 딸을 방치했고 가은 씨는 학교마저 다니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홀로 나와 살았다. 사실 부모의 무관심 속 가은 씨가 어떻게 살았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혜자 씨와 간혹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워낙 말을 하지 않아 모녀의 연락은 한동안 끊겨 있었다.

그런 가은 씨는 이십 대 후반 즈음 혜자 씨 집으로 들어왔다. 성인이 된 후 만난 첫 남자와 사이에서 소율이를 낳았고 또 다른 남자와 혼인 신고를 했지만 이혼한 상태였다. 셋의 동거가 시작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남자를 만나 살림을 차렸다. 하지만 그는 사기꾼이었다. 그는 혜자 씨 명의까지 도용해 7천만원 가까운 빚을 짊어지게 했다. 그렇게 가은 씨는 싸움과 빚에 허덕이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가은 씨는 본인의 관을 들어줄 사람도 없이 쓸쓸하게 떠나갔다.

◆ 죽음 목격한 손녀는 트라우마에

"아빠도 날 버렸고 엄마도 날 버렸어. 제발 할머니, 나 버리지마."

딸이 세상을 떠난 뒤 단둘이 남게 된 혜자 씨와 손녀 소율이. 소율이를 키워내야 했지만 혜자 씨는 자신이 없었다. 형편이 넉넉지 않을뿐더러 딸의 죽음 뒤 삶의 의욕을 잃어갔다. 결국 가정 위탁을 알아봤다. 그걸 알게 된 소율이는 '제발 본인을 버리지 말라'며 절규했다. 불안에 떠는 9살의 아이와 부둥켜안고 혜자 씨는 한참을 울었다.

그렇게 할머니와 손녀의 동거가 시작됐다. 무엇보다 시급한 건 소율이의 불안증 해결이다. 숱한 엄마의 자해와 죽음을 두 눈으로 목격한 소율이는 방 안에 들어가질 못한다. 홀로 화장실에 가는 것도 소율이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다. 엄마를 떠나보내는 날 목이 쉬도록 울었던 소율이는 요즘 좀처럼 엄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엄마의 심정을 다 이해하는 듯 그리움을 홀로 삼켜내고 있는 아이는 심리 치료 한번 제대로 못 받아봤다.

소율이는 올 3월부터 새 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지만 혜자 씨는 고민이 크다. 교육 시킬 방법도 모르는 데다 돈이 넉넉지 않아서다. 그동안 식품 배달일로 벌어둔 돈으로 당장 생활을 연명하고 있지만 소율이를 돌보기 위해 얼마 전 일을 그만뒀다. 적당한 일거리를 다시 찾아야 하지만 나이도 많은 데다 코로나19로 일감은 좀처럼 구해지지 않는다. 게다가 아직 갚아야 할 빚도 3천만원가량 남아있어 당장 내달부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그래도 옆에서 연신 쫑알대는 손녀를 보며 혜자 씨는 요즘 웃는 날이 많아졌다. 비록 딸은 제대로 된 행복을 누리지 못했지만 소율이만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혜자 씨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 이웃사랑 성금 보내실 곳

대구은행 069-05-024143-008 / 우체국 700039-02-532604

예금주 : (주)매일신문사(이웃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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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전달 내역]

◆ 대를 이은 컨테이너 생활, 대물림 되는 가난으로 생활이 막막한 장영숙 씨에게 1,595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몇 십 년간 살아온 컨테이너 집은 성한 곳이 없고 자녀도 마땅한 일을 하지 못해 폐지와 고철을 주우며 생계를 이어나가는 장영숙(매일신문 9일 자 10면) 씨에게 1천595만2천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삼이시스템 10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이정추 60만원 ▷김진숙 30만원 ▷이창세 10만원 ▷박재형 5만원 ▷방순옥 4만원 ▷라선희 3만3천원 ▷박종문 3만원 ▷신외식 3만원 ▷신장미 3만원 ▷한명환 3만원 ▷김진만 1만원 ▷이성우 1만원 ▷허영재 1만원 ▷이진기 5천원 ▷'동차미' 3만4천원 ▷'예수사랑' 2만원 ▷'석희석주' 1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코로나19로 실직, 불어나는 대출금에 막내딸을 위탁 보내야 하는 허재희 씨에 2,182만원 성금

코로나19로 남편은 실직했고 불어나는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마저 압류되자 막내 딸을 위탁 보내기로 한 허재희(매일신문 16일 자 10면) 씨 사연에 49개 단체 232명의 독자가 2천182만1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평화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빛명상본부 6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한정민) 40만원 ▷㈜서원푸드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라하우젠트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유일철강㈜(박배일) 20만원 ▷크로스핏힘 15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동화수지벨트(이원식)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세원환경㈜(조현일)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은조종합주방(이상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극동특수중량(김형중) 5만원 ▷김영준치과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박상현세무회(박상현)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박장덕) 5만원 ▷연풍물류(서덕창)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원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모두케어 3만원 ▷폴리한의원(임소린) 3만원 ▷향봉특수금속(박명선) 3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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