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사람 죽어나가는데 텍사스州 시장 "강한 자만이 살아남아" 막말

입력 2021-02-18 16:49:42

텍사스주 콜로라도시 팀보이드 시장 "망할 지원금만 요청하는 사람들 신물이 나"

1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한 재활용 센터에 땔감을 구하려는 차량이 늘어선 가운데 주민들이 장작을 나르고 있다. 최근 미국을 강타한 한파와 그에 이어진 정전사태로 인해 에너지 공급이 부족해진 이곳 주민들은 6분 동안 13명의 입장을 허용한 이 재활용 센터에서 땔감을 가져갔다. 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한 재활용 센터에 땔감을 구하려는 차량이 늘어선 가운데 주민들이 장작을 나르고 있다. 최근 미국을 강타한 한파와 그에 이어진 정전사태로 인해 에너지 공급이 부족해진 이곳 주민들은 6분 동안 13명의 입장을 허용한 이 재활용 센터에서 땔감을 가져갔다. 연합뉴스

지난주부터 미국 전역을 덮친 한파와 폭설로 대규모 정전 사태까지 겹친 남부 텍사스주에서 주민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 텍사스주 서부의 한 작은 도시 시장은 16일 '강한 자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막말'을 SNS에 올려 분노를 사고 있다.

텍사스주 서부 콜로라도시티의 팀 보이드 시장은 16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시, 카운티, 전력 공급자들은 여러분(주민)에게 빚진 게 하나도 없다. 망할 지원금만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신물이 난다"며 "오직 강한 자만이 살아남고, 약한 자는 망할 것"이라고 적었다.

앞서 텍사스주는 최근 30여 년 만에 기온이 영하 20도 안팎까지 떨어지는 한파가 닥친 데다 일부 발전 시설까지 가동이 중단돼 한때 430만 가구가 정전됐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논란이 되자 보이드 시장은 '표현이 적절하지 않았다'면서도 자신은 16일부로 사임했다고 밝혀 공분을 일으켰다.

한파 속에서 주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NBC방송에 따르면 17일 텍사스 주민 300만 명 이상이 전기를 사용하지 못했다. 오스틴에 사는 조지 헨드릭스 씨(65)는 "이틀 동안 전기가 끊겨 이불을 뒤집어쓰고 지낸다"며 "현실이 '나쁜 영화' 같다"고 했다.

텍사스 타런트 카운티의 티머시 윌시 부부와 7세 아들은 사흘 동안 전기가 끊겨 냉방에서 촛불로 간신히 손을 녹이고 있다고 CNN에 밝혔다.

조리도 할 수 없어 일가족은 육포와 과자, 물로 허기를 달랬다. 텍사스주 어빙에 거주하는 킴벌리 햄프턴 씨는 "아이들은 옷을 세 벌 껴입었고 가족이 부둥켜안고 체온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한파가 덮친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최악의 한파가 덮친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조지 R. 브라운 컨벤션 센터'에 마련된 한파대피소 밖에서 16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담요로 온몸을 꽁꽁 싸맨 채 앉아 있다. 겨울 폭풍이 몰고 온 북극발 맹추위는 눈 구경하기 힘든 텍사스 등 미 남부지방까지 덮쳐 대규모 정전 사태를 유발하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주민들의 동사(凍死)를 막기 위해 곳곳에 문을 열었던 긴급 난방 센터마저 전력이 끊기며 기능을 잃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샌안토니오에서는 구급차들이 폭증하는 출동 요청을 감당하지 못했다. 해안가에서는 추위에 약한 바다거북 수천 마리가 한파에 기절한 채 발견돼 시민들이 구조하기도 했다.

여러 도시에서는 수도마저 끊겼다. 정전으로 정수장 가동이 중단되고 주 전역에서 수도관이 동파하자 주 정부는 샌안토니오와 휴스턴 등의 주민에게 물을 구해 끓여 마시라고 고지했다. 요양원과 대학교 건물에서는 눈을 녹여 화장실 용변기에 물을 댔다.

주민들이 호텔로 몰리면서 호텔 숙박비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한 호텔 예약 사이트에는 댈러스 지역 호텔 예약 가격이 1박에 900달러(약 100만 원), 사우스오스틴 지역에서는 999달러(약 110만 원)까지 올랐다.

NYT는 이번 한파로 인한 사망자가 텍사스 등 8개 주에서 최소 31명에 이른다고 17일 전했다. 미국 국립 기상청은 이번 주에도 미국 남부에 눈이 내리고 매서운 찬 공기가 유입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제설 차량이 폭설이 내린 도로를 정리하고 있다. 미 기상청은 북부의 메인주에서 남부의 텍사스주까지 25개 주에 겨울 폭풍 경보 등을 발령했으며 최소 1억5천만 명이 한파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15일 예보했다.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제설 차량이 폭설이 내린 도로를 정리하고 있다. 미 기상청은 북부의 메인주에서 남부의 텍사스주까지 25개 주에 겨울 폭풍 경보 등을 발령했으며 최소 1억5천만 명이 한파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15일 예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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