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에 조카 얼굴넣고 '하나 둘 셋' 놀이한 이모 부부…사인 '익사 추정'

입력 2021-02-18 16:37:55

열 살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왼쪽)와 이모부가 10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수원지법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A씨 부부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 연합뉴스
열 살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왼쪽)와 이모부가 10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수원지법은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A씨 부부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 연합뉴스

물이 찬 욕조에 강제로 머리를 집어넣는 등 10세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30대 이모 부부 사건과 관련, 아이의 사망 원인이 익사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8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정빈(76) 가천대 법의학과 석좌교수는 A양(10)의 사망 원인과 관련 "부검의가 소견에 '기도와 기관지에 포말(거품)성 기포가 많이 있다'고 썼다"며 "포말성 기포는 익사의 특징 중 하나로, A양의 직접적인 사인은 익사일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17일 이모 B씨 등 이들 부부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애초 B씨 부부를 아동학대치사혐의로 구속했지만, A양이 자신들의 행위로 죽을 수 있다고 인식(미필적 고의)하고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A양을 부검했던 부검의가 낸 "'속발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소견도 영향을 미쳤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직접적인 원인이 있은 다음 후속적으로 어떤 쇼크가 오는 것을 속발성 쇼크라고 한다"며 "혈액의 유효한 성분이 혈관 내 있지 않고 조직으로 빠져나가면서 쇼크가 일어났다는 뜻인데, 속발성 쇼크로 죽었다고 하면 미필적 고의를 연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동학대 사망사건에서 살인죄가 처음으로 적용된 2013년 이른바 '울산 계모 사건' 감정에 참여한 법의학자다. 최근 양부모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이른바 '정인이 사건'에서도 살인죄가 적용될 수 있도록 재감정 소견서를 내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번 사건에서도 살인의 고의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속발성 쇼크가 있을 수 있겠으나 직접 원인은 아니라고 본다"며 "포말이 나온 이상 사인은 익사로 보는 게 맞다. B씨 부부에게 확실하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A양 시신에서 포말성 기포가 나왔다는 소견은 전달받았으나 정확한 판단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최종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B씨 부부는 A양 사망 당일인 지난 8일 A양에게 물 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A양 손발을 끈으로 묶은 다음 10~15분간 3~4회에 걸쳐 A양 머리를 욕조 물에 강제로 집어넣었다"고 진술했다.

열 살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부가 17일 오후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과 용인동부경찰서는 숨진 A양의 이모와 이모부를 살인과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열 살 조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부가 17일 오후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과 용인동부경찰서는 숨진 A양의 이모와 이모부를 살인과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들은 이 같은 가혹 행위를 하면서 '하나,둘,셋…'이라며 숫자를 헤아리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대 도중 의식을 잃은 A양은 B씨 부부의 119 신고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숫자를 세어 가면서 넣고 빼고 했다는 건 영화에서나 보던 물고문이다. 겁을 주는 수준을 넘어 '얼마나 참나 보자' 하는 식으로 학대를 한 것이다. 온몸에 멍 투성이인 아이의 손발을 결박해 욕조 물에 넣었다"고 말했다.

사건을 받은 검찰의 수사는 앞으로 살인의 고의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살인의 고의성이 입증돼야 살인죄로 기소할 수 있어서다.

아동학대치사죄와 비교했을 때 살인죄가 적용된다면 처벌 수위는 더 높아진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아동학대치사죄의 기본 형량은 징역 4~7년이다. 살인죄의 기본 형량은 징역 10~16년으로, 두 배 이상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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