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첫 협상 순조로웠지만 여당 입장번복으로 논의 다시 원점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서울 사람들은 잘 모르는 총성 없는 전쟁이 진행 중이다. 동남권신공항을 둘러싼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의 힘겨루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17일 양측이 일합(一合)을 겨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탐색전을 벌인 것이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부산가덕도신공항 특별법안'과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안'을 하나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특별법의 핵심내용인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조항을 삭제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다.
사실상 '가덕도 특별법'의 존재이유를 무력화할 수 있는 성과였다. 정상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할 경우 비용편익분석 결과를 충족하지 못해 공항건설사업은 좌초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협상에 임한 의원들이 '나쁜 선례'를 남긴 인물로 역사에 기록되길 꺼려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국토해양부 제2차관 출신인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경북 군위의성청송영덕)은 "사실상 막았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법이 통과되더라도 결국 예비타당성조사 단계에서 무효화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으며 자축했다.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충청권의 한 의원은 '그래도 우리 국회의원들에게 일말의 양심은 남아있구나!'라고 논평했다. 심지어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지만 '고향까마귀'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대로 밥값을 했다는 심술 맞은 분석까지 나왔다.
들뜬 분위기는 이어 진행된 '대구경북 신공항건설 특별법안'과 '대구통합신공항특별법안'의 통합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웬만한 양보를 하더라도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오후 7시를 넘어서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여당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조항 삭제 합의를 뒤집었다.
잠정 합의에 대한 부산경남 정치인들의 불만이 중앙당에 접수됐고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여당 예비후보들이 '선거를 망치자는 것이냐!'고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는 후문이다. 심사가 뒤틀린 여야는 오후 8시 즈음 법안심사 자료를 덮고 법안심소위원회를 산회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당이 선심성 공약의 효과를 부산경남에서 극대화하기 위해 대구경북의 반발을 무릅쓰고 무리수까지 동원하는 모습을 연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여당의 얄팍한 노림수에 두 지역 간 갈등이 더 첨예해질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여당의 입장번복으로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여야는 오는 19일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다시 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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