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오병이어…집권 4년 “잔치는 한창이다”

입력 2021-02-20 06:00:53

김문환 역사저널리스트

제단과 오병이어 모자이크
제단과 오병이어 모자이크

예수님이 나신 땅, 이스라엘로 가보자. 성모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했음을 전달받은 수태고지 교회의 나자렛에서 동쪽으로 달리면 갈릴리 호수가 나온다. 연중 아름답게 넘실대는 푸른 물결은 황량한 불모지 가나안 땅의 젖줄이자 꿀물이다. 갈릴리 호수 주변에 발달한 여러 도시 가운데 카파르나움(가버나움)이 눈에 들어온다. 로마 시대 군대가 주둔하고, 세관이 있을 만큼 번성하던 도시다. 물론 그보다는 예수님이 초기 설교를 진행하며 베드로와 마태오 등의 제자를 얻은 곳으로 더 이름 높다. 그림 같은 갈릴리 호수를 배경으로 카파르나움에 남은 로마 시대 유적과 베드로 동상을 보면 경건함이 절로 솟는다.

카파르나움에 붙은 타브가 마을 작은 교회에 순례객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교회 입구에 짙푸른 녹음을 드리운 중동 지방 특유의 시카모어 고목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아담한 자태의 교회로 들어서면 어둑한 분위기 속에서도 눈길이 바닥을 향한다. 역사적 무게와 종교적 메시지의 아우라에 탐방객의 시선이 압도된다. 바구니에 든 빵(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를 묘사한 '오병이어(五餠二魚) 모자이크'.

오병이어 교회
오병이어 교회

한국 컴퓨터선교회가 펴낸 마가복음 6장 41절에서 44절을 펼쳐보자. "예수께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사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시고 떡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게 하시고 또 물고기 두 마리도 모든 사람에게 나누시매(41절), 다 배불리 먹고…(42절), 떡을 먹은 남자는 오천 명이었더라(44절)."

타브가에 처음 교회가 들어선 것은 기독교가 공인된 4세기다. 동로마제국 시절 5세기 증축을 거쳐 '오병이어' 모자이크가 설치된 것은 6세기라고 유적 안내판은 소개한다. 7세기 파괴된 교회 터를 1889년 독일성지협회(DVHL)가 찾아 매입하고, 1932년 모자이크를 발굴해 냈다. 1천500년 된 모자이크 유물에 스민 종교 절대자 예수님의 기적을 현대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예수님이 타브가에서 "민중을 만났을 때 귀와 마음을 열고, 그들의 고민과 슬픔, 소원을 들었다"는 현지 안내문의 추가 설명에 오병이어의 진정한 의미가 새롭게 읽힌다.

오병이어 교회 내부
오병이어 교회 내부

명절 선물로 들어온 고기를 아껴 먹으며 한 달 60만원 생활비로 산다고 알려진 분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됐다. 자린고비 생활비임에도 스페인으로 가족 여행을 다니고, 중산층 지역 목동에 살며 국회의원이 됐다. 질타가 이어지자 가족의 신용카드 1년 사용액이 720만원(한달 60만원)일 뿐, 실생활비는 300여만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최영미 시인이 자신은 혼자 살아도 1년 카드 사용액이 1천만원이라면서 이태백류의 즉흥 시어를 써 내렸다. "이 정권에서 출세하려면 부패 타락이 필수". 국민은 안다. 한달 카드 사용액 60만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하지만, 청와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야당 동의 없이 29번째로 장관 임명장을 준 것도 모자라, '역경에 굴하지 않는' 꽃말의 캐모마일과 '행복' 꽃말의 스위트피 꽃다발까지 안겼으니 말이다.

장관의 신기한 공력은 돈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모 대학에서 도시공학 박사 학위를 영어로 받았는데, 한글 원본 파일이 없단다. 장관으로 어떤 기적을 또 일궈 낼지 걱정이 앞선다. 현 정권 첫 환경부 장관이 청와대가 점찍은 인물들을 산하기관에 앉히기 위한 직권남용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찌 환경부뿐이겠는가. 문재인 정권 집권 4년째. '우리 편 죄 덮고, 우리 편 챙기기'에 골몰하는 행태는 "민중의 고민과 슬픔, 소원에 귀와 마음을 열었다"는 오병이어의 참뜻에서 크게 벗어난다.

김문환 역사저널리스트
김문환 역사저널리스트
시카모어 나무 타브가
시카모어 나무 타브가
갈릴리 호수 카파르나움
갈릴리 호수 카파르나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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