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미다스(midas) 여왕, 내가 상상한 미래신화(1)

입력 2021-02-17 11:37:48

리우 영상설치작가
리우 영상설치작가

아득한 미래, 우리 은하계에 미다스 여왕이 살고 있었다. 일상이 권태롭던 미다스 여왕은 테크놀로지의 신, 라타바(ratava)를 찾아가 손대는 모든 것이 은빛 사이버 세상이 될 수 있게 해 달라고 빌었다. 라타바는 그녀의 바람대로 손대는 모든 것이 은빛 가상이 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

미다스 여왕은 기뻐하며 돌아와 꽃과 나비, 나뭇가지와 가구 등 자신의 정원과 궁전을 돌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가상공간으로 변하게 했다.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손대는 모든 것이 가상으로 변하자 그녀는 더 이상 먹고 마실 수 없게 되었다. 빵은 홀로그램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고, 물은 은빛 구슬처럼 가상현실이 되어 흘러내렸다. 그녀의 왕국은 온통 은색의 차가운 가상공간이 되어버렸다. 슬픔에 잠긴 미다스 여왕은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 미다스 왕자를 안았다가 기겁을 했다. 왕자마저 은빛 사이보그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미다스 여왕은 그제야 자신이 말한 소원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깨달았다. 그녀는 다시 라타바 신전을 찾아갔다. 그리고 테크놀로지의 신, 라타바에게 두 팔을 벌려 자비를 구했다. 간절한 그녀의 기도에 라타바는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에 가서 몸을 씻으라고 명했다.

미다스 여왕은 그의 말대로 유로파의 바다에 몸을 씻었고, 마침내 세상은 찬란한 빛을 발하며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 후 그녀는 자신의 욕망을 조절하며 현실과 가상이 중첩된 증강현실을 구현했고,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 또한 잊지 않았다. 한편 미다스 여왕이 목욕한 유로파의 바다에는 수많은 은빛 생명체들이 헤엄쳐 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몇 년 후 미다스 여왕은 한 음악 연주회에 초대 받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연주회는 테크놀로지의 신인 라타바와 인간이 서로의 음악 실력을 겨루는 연주회였다. 라타바의 연주가 끝나고, 이어서 인간의 연주도 뜨거운 박수와 함께 끝났다.

연주를 들은 청중들은 모두 테크놀로지의 신이자 A.I인 라타바의 음악이 훨씬 더 훌륭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그런데 미다스 여왕은 이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인간의 연주가 더 훌륭하다고 주장했다. 영혼의 소리인 음악만큼은 인간의 몫이라고 소리 높여 말했다.

깜짝 놀란 사람들은 일제히 미다스 여왕을 쳐다보며, 은혜도 모르는 그녀가 어떤 벌을 받을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과연 미다스 여왕은 어떤 벌을 받게 될까?

연주회 이후 미다스 여왕은 언제나 자신의 귀를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사람들은 그 까닭을 알 수 없었고, 그녀의 전용 미용사만이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러나 여왕은 자신의 비밀을 누설하지 못하도록 미용사를 엄하게 단속했다. 답답한 가슴을 안고 살아가던 미용사는 어느 날 들판에 구덩이를 파고 소리쳐 비밀을 누설했다. 시간이 흘러 그 자리에 대나무가 자라났고, 숲을 이룬 은빛 대나무들이 바람에 부딪칠 때면 이렇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 왔다고 한다. "여왕님 귀는 블루투스 귀, 여왕님 귀는 블루투스 귀이이이이…"

리우 영상설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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