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정초부터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북한의 제8차 당대회 등으로 남북관계는 물론 한·미간에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바이든 정부의 최우선 외교정책은 트럼프와는 달리 한국과 일본 등 민주주의 동맹국들과의 긴밀한 유대강화를 통해 북핵 억지책으로 새로운 전략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의 대북한 기조는 우선 북핵이 세계 평화에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북한에 대해 근본적인 불신을 갖고 있기에 싱가포르 회담 역시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그의 관점은 북한의 핵무력 억제를 핵심 사안으로 다뤄지는 가운데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했는가 하면 핵을 완성하도록 방치한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이전 정부와는 극명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바이든의 대북한 새 전략 채택은 싱가포르 선언으로 대표되는 트럼프 정부의 톱다운식(Top down·하향식)보다 보텀업(Bottom up·상향식)방식, 다시 말해 단계적 접근법을 고려할 것으로 판단된다. 즉, 대북정책을 계승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며, 더욱 강한 압박책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외교라인을 교체했다.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외교부 장관에 지명하는 등 발 빠른 대미 외교 진영의 전열 재정비에 들어갔다. 이는 대한반도 핵문제를 중심으로 한·미 간 모든 현안을 협의·조율을 실행할 수 있는 상응조치로 북·미 협상과 한반도 비핵화 등 주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남·북·미 3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바라보는 시각의 격차는 분명 변곡점일 수밖에 없는 것은 전통적인 한·미동맹 관계의 복원과 함께 강한 대북 압박정책으로 치우칠 경우 교착상태에 놓인 현재의 남북관계보다 오히려 한반도는 격랑에 휩싸일 우려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8차 당대회를 조망해 보면, 북한은 스스로 핵무기 보유국을 자처하고 자위적 핵억제력 차원에서 보유한다는 언급과 함께 이를 담보로 자력갱생의 길을 걷겠다는 선언을 명시했다. 바이든의 대북한 시각은 지난 트럼프 정부 4년 동안 오히려 김정은의 기세만 올려주어 잘못된 인식을 갖도록 빌미를 줬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정은의 입에서는 핵 잠수함과 전술핵 그리고 핵무기 개발 등 핵 언급을 무려 36차례나 반복할 만큼 핵무력 강화 의지를 거듭 강조했고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모든 것을 다 바쳐야 된다는 것을 밝혔다.
이번 당대회에서 보여준 대외 안보의 화두는 '핵무력 강화'와 '강대강(强對强)·선대선(善對善)'을 들 수 있다. 전자는 핵무장력을 담보로 북·미 대결에서 정면돌파 의지로 해석되며 후자는 미국의 태도변화에 따라 대응한다는 전략으로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의 열쇠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제시했다. 대외활동 전략은 전쟁억제력 즉, 핵무력 강화의 정당성을 밝혔으나 이는 7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핵 선제 불사용(No First Use)·핵 전파 방지의무(비확산 의무)·세계 비핵화 실현에 노력한다는 3가지 핵보유 운영원칙을 또다시 제기된 점은 대외적 권위와 국제적 영향력을 제고한 양면전술적 의미가 상당히 내포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서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비핵화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남북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겼다. 같은 해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합의문에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포함된 것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연장선에 비춰봤을 때 이번 8차 당대회에서도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에 대해서 원론적 입장만 밝혔는데, 가령 모든 것은 남측의 태도 여하에 달렸다는 유화적 발언을 상기해보면 현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는 여운의 메시지는 분명 낙관할 수 있는 협상의 동력으로 읽히는 대목으로 여겨진다.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김정은은 7차 당대회에 이어 또다시 핵무력증강에 열을 올렸다. 국가 방위력 강화를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그럼에도 당대회의 화두는 언제나 경제건설이었던 만큼 2016년부터 시작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기간을 마쳤지만 내세웠던 목표치는 엄청나게 미달되었다며 경제실패를 과감하게 인정했다.
그가 제시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목적은 국가경제를 정상궤도에 올리는 것이고 인민생활을 향상시킬 토대를 구축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 실현을 위해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동맹국들의 전방위 압박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만 하는 것이고, 이러한 북한의 딜레마를 남북은 물론 북·미간에도 협상의 물꼬를 틀어주는 역할이 우리의 몫이며, 바이든 역시 미·일정상 통화에서 한반도의 비핵화 필요성을 확인시켜준 것은 호재로 작용될 것이 틀림없다.
당대회에서 나타난 김정은의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경제난을 불러온 가장 결정적 원인은 핵무장이며, 이는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이어졌다. 현재의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처방은 이미 찾아진 것이나 다름없다. 최우선 과제는 핵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단한치도 나갈 수 없는 현실 속에 대미 외교가 주된 관건인 만큼 비핵화 구상도 함께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처지는 북측의 한계가 클 것으로 내다보이지만 제재 완화를 연결 고리로 하는 비핵화 협상이 모색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는 부분은 경제건설이 핵심 화두였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여러 곳에서 그 흔적을 엿볼 수 있는데, 가령 이번 당대회 대표자 구성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났다. 국가행정 경제일꾼이 지난 당대회보다 무려 2배에 가까운 801명으로 증가되었고 현장에서 일하는 핵심당원 대표도 1,455명으로 확충했다.
또한 과학·교육·보건·출판보도 일꾼은 지난 당대회보다 무려 3배에 가까운 333명이었으나 반면, 군인대표는 절반에 가까운 408명으로 대폭 감소되었다. 한편 집행부도 38명 중 15명이 경제인사가 차지함으로써 7차 당대회 11명에 비하면 경제전문가 위주로 강화되었다.
따라서 당대회 대표자와 집행부 구성원의 공통점은 7차 당대회와 비교했을 때 38명 중 76%가 넘는 29명이 교체되어 그중 15명이 경제전문가로 구성될 만큼 경제부문의 강화를 들 수 있고, 군은 8명으로 군대의 축소로 집약할 수 있다. 이는 국방력 강화를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대안은 경제건설이 핵심으로 읽히는 대목으로 판단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을 수행할 국무장관으로 토니 블링컨(Tony Blinken)을 임명했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 해법에서 국제사회가 지속적이고 혹독한 경제적 압박을 제시한 인물이다.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국가안보보좌관은 동맹을 중요하게 강조하는 인물로 한·미동맹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사상 첫 여성 국가정보 국장 애브릴 헤인즈(Avril Haines)는 국가안보의 정책결정을 직보 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을 추진할 외교안보팀의 주요 포스트의 면면을 볼 때 강경파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한·미간 이견이 노출될 개연성의 소지를 우려할 수 있다.
따라서 트럼프의 톱다운식 접근 방식에 맞춰진 우리 정부의 대북, 대미 외교정책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새롭게 짜인 정의용 외교라인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 대화의 통로를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일 수밖에 없고, 또한 바이든 외교안보팀의 북핵 정책에 맞춰 북·미 대화 재개를 열 수 있는 가교 역할을 준비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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