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벗어나본 적 없는 '컨테이너 삶', 곰팡이와 함께 자라는 아이들

입력 2021-02-09 06:22:17

사업 실패로 폐지와 고물 줍는 아버지, 아들도 따라나서
첫째 아들은 정신장애, 치료도 못 받아 약물 도움만
네 자녀 커가지만 이사는 꿈도 못 꿔, 생활비도 부족해

며느리 쑤언(가명·35) 씨와 시어머니 장영숙(가명·83) 씨가 고물로 가득한 집을 쳐다보고 있다. 배주현 기자
며느리 쑤언(가명·35) 씨와 시어머니 장영숙(가명·83) 씨가 고물로 가득한 집을 쳐다보고 있다. 배주현 기자

경북 성주의 한 외딴 시골 마을. 굽이진 도로를 한참 달리자 한 언덕에 우두커니 놓인 컨테이너 집이 눈에 띈다. 온갖 고물과 각종 쓰레기로 둘린 집에서 베트남에서 온 며느리 쑤언(가명·35) 씨와 시어머니 장영숙(가명·83) 씨가 고개를 빼꼼히 내민다.

집안 곳곳엔 성한 곳이 없다. 현관문 고리는 일찍이 고장 나 임시방편으로 걸어둔 옷걸이로 문을 여닫는 중이다. 내부 벽은 알록달록한 벽지 대신 검은색 곰팡이로 도배됐다. 고장난 지 오래인 거실 전등에는 거미줄만 잔뜩 처져 있다. 두 개의 방에는 무너져 내린 침대와 옷장뿐이다.

이곳에서 여덟 식구가 생활하고 있다. 결혼 후 한 번도 컨테이너 생활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다는 영숙 씨는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 대를 이은 컨테이너 삶, 대물림된 가난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 하나 없이 시작했던 결혼 생활은 참 고됐다. 대구와 김천에서 사과 판매와 어묵 노점상을 하며 다섯 남매를 키워온 노부부는 지난 1996년 성주에 겨우 땅을 하나 마련해 컨테이너 집을 세웠다.

성인이 된 자녀들의 앞길은 좀처럼 풀리지 못했다. 특히 장남인 김수영(가명·51) 씨는 농기계 사업에 나섰지만 제대로 시작해보지도 못한 채 1천400만원의 빚만 안게 됐다. 다른 형제들 역시 참외 농사에 나섰지만, 실패를 반복했다. 농사를 지을 땅도 부족했을 뿐더러 농사 경험 또한 없던 탓이었다.

컨테이너 생활은 대를 이어갔다. 결혼해 인근에 사는 자녀들은 이웃의 밭에서 일하며 제 식구들을 먹여 살리고 있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아 컨테이너에 살림을 차렸다. 빚이 쌓여 갈 곳 없던 수영 씨도 부모가 살던 컨테이너 집에서 쑤언 씨와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49㎡ 남짓한 공간에서 일곱 명의 식구를 책임져야 하는 수영 씨의 마음은 하루하루 타들어 간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수영 씨는 매일 새벽부터 폐지와 고물을 주우러 다닌다. 그런 아들이 안쓰러운 영숙 씨도 손을 보태고자 용달차에 함께 오른다. 아내 쑤언 씨 역시 참외밭에서 날품을 팔러 다니며 생계비를 벌고 있다.

◆ 곰팡이와 함께 자라는 아이들, 집 고칠 돈 없어

고물과 폐지로 둘린 컨테이너 집에는 한창 꿈 많은 수영 씨네 네 자녀가 자라고 있다.

첫째 김인하(가명·22) 씨는 심한 정신장애를 앓고 있다. 인하 씨는 지난 2006년 쑤언 씨와 결혼하기 전 만난 전처 사이에서 태어났다. 당시 전처는 아이를 밴 채로 집을 나갔고 홀로 출산한 인하 씨를 입양기관에 보냈다. 수소문 끝에 겨우 아이를 되찾아왔지만 장애가 심해 자주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아이는 이제 성인이 됐지만 시골 마을에서 장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해 약물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렵게 됐다.

쑤언 씨와 낳은 세 자녀는 철이 일찍 들었다. 둘째 아들 김정환(가명·15) 군은 매번 아버지와 할머니의 폐지 줍는 길에 따라나선다. 아비는 아들을 극구 말려보지만 아픈 형을 대신해 본인이라도 돕겠다며 먼저 집을 나설 채비를 마친다. 할아버지의 밭일도 군말 없이 알아서 척척 해낸다.

셋째 아들 김유환(가명·10) 군과 넷째 딸 김지혜(가명·8) 양은 하고 싶은 게 많다. 미술, 태권도, 피아노 등 배우고 싶은 게 산더미지만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곤 전교생이 스무 명도 안 되는 학교의 방과 후 수업이 전부다. 아이들은 컨테이너 집에서 고물과 뒤섞여 지내며 놀거리를 찾는다. 집 안 형편을 알기에 '집이 조금만 더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채 마음 속으로만 되내어 본다.

무엇보다 낡을 대로 낡아 곰팡이가 가득한 집은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협하지만 집을 고칠 돈은 없다. 쑤언 씨의 월급인 100만원이 이들의 최고 수입인 데다 이마저도 일을 나가는 날이 일정하지 않아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다. 수영 씨가 버는 돈은 하루에 1만원도 채 안 된다. 식비와 연탄값, 각종 공과금을 빼면 생활비는 남는 게 없다.

어서 어른이 돼 낡은 집을 고치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는 아이들. 부끄러워 말도 잘 못 건네는 아이들이 수줍게 뱉은 '건축가'라는 꿈에는 가족을 생각하는 애타는 마음이 가득했다.

※ 이웃사랑 성금 보내실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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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 내역]

◆ 거대권력 횡포로 빚더미에 앉게 된 후 홀로 네 자녀 키우는 한승희 씨에게 1,862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거대권력에 맞서 싸우다 빚더미에 앉게 됐고 아내마저 집 나가 홀로 네 남매 키우는 한승희(매일신문 1월 26일 자 10면) 씨에게 1천862만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다우약품 10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전시형 10만원 ▷박종문 3만원 ▷방태표 2만원 ▷홍준표 2만원 ▷성영아 1만원 ▷이은미 1만원 ▷이정현 1만원 ▷최명화 1만원 ▷최웅환 1만원 ▷한동엽 1만원 ▷서형덕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치매 앓는 아내와 자폐증 손자 홀로 돌보는 정희창 씨에게 1,778만원 성금

둘째 아들네가 낳고 방치해 둔 손자는 자폐증을 앓고 있고 얼마 전 아내마저 치매 증상 보여 생활이 힘든 정희창(매일신문 2월 2일 자 10면) 씨 사연에 42개 단체 170명의 독자가 1천778만7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평화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최원민) 40만원 ▷㈜서원푸드 3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라하우젠트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유일철강㈜(박배일) 20만원 ▷은조종합주방(이상기)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세원환경㈜(조현일)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혜성한의원(이귀생)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김영준치과 5만원 ▷더좋은이름연구소(성병찬)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박장덕)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중앙안과의원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모두케어 3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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