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역에서 서대구IC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가다 보면 북비산네거리를 지나자마자 경사진 오르막길을 만나게 된다. 이 고개를 '원고개'라 하는데 오른편에는 '날뫼'라는 동산이 있다.
이 동산 때문에 기찻길도 산언저리를 따라 북쪽으로 둥글게 휘어져 서쪽으로 내닫는다. 지금은 집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어 잘 보이지 않지만 '날뫼'를 기점으로 두류산까지 커다란 언덕으로 이어져 있다.
예부터 이곳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상고 시절 옥황상제가 달구벌에 흩어져 있는 동산들을 와룡산으로 불러모았다. 명에 따라 달성(현 달성공원)에 있는 동산도 뿌리째 뽑혀 와룡산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마침 달(서)천에서 빨래하던 여인이 둥둥 떠가는 산을 보고 "산이 날아간다"라고 고함쳤다.
날아가던 산은 여인의 고함에 부정을 타 더 이상 날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떨어지고 말았다. 날아와서 생긴 산이라 하여 이 산을 '날뫼'라 부르고 비산동(飛山洞)의 동명 유래가 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달성의 둘레와 날뫼의 밑동 둘레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과거 이 언덕길은 한양 나들목이었다. 한양에서 대구로 부임하는 관찰사는 동명을 지나 팔달진에서 나룻배로 금호강을 건넌 후 이 언덕을 넘어야 경상감영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달성공원 옆 인동촌 시장길이 당시 관도(官道)의 흔적이다. 백성들은 이 언덕에서 부임하는 관찰사를 영접했고 임기를 마치고 돌아갈 때도 환송했다.
조선 중기에 이곳 백성들에게 존경받던 관찰사가 과로로 갑자기 순직하게 되었다. 백성들은 비통해하며 그를 처음 맞이했던 언덕에 무덤을 쓰고 이 고개를 '원(님)고개'라 불렀다. 이후 사람들은 제향하면서 풍습에 따라 쇳소리를 금하고 북 울림으로 대신했다. 그래서 비산동에 전승되는 풍물에는 다른 지방 풍물보다 북 놀음이 많은데 이 부분을 따로 떼어낸 것이 '날뫼북춤'이다.
날뫼북춤은 현재 대구시 무형문화재 제2호로 큰 북을 긴 끈으로 어깨에 늘여뜨려 메고 두드리면서 춤을 추는 민속 북춤이다. 1992년 대구에서 개최된 제7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640명에 달하는 북잽이가 식전행사로 날뫼북춤을 추어 장엄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북춤은 경상도의 씩씩하고 활발한 요소가 들어있고 강박에 악센트를 주는 타법으로 북 울림이 장중하다. 춤사위 중 씨름 기술의 자반뒤지기처럼 북을 어깨 위로 날려 몸과 함께 한 바퀴 회전하는 '엎어빼기'는 날뫼북춤의 백미라 할 수 있고 '덧배기춤'은 경상도 특유의 어깨춤으로 흥청거리는 멋이 있다.
날뫼북춤의 북 울림에는 당시 홍수의 피해와 역병으로 신음하던 백성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던 경상감영 관찰사의 살신성인의 정신이 서려 있다. 작년 봄 코로나 19로 위기에 몰렸던 대구경북의 코로나 상황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진두지휘했던 리더들에게 관찰사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그들과 함께 모두 한마음으로 대처했고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이번 설에는 서로에게 수고와 감사의 덕담을 담아 날뫼 북 울림이 온 누리에 퍼지도록 해보자.
유대안 대구합창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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