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가덕도신공항을 둘러싼 정치권의 행태가 도를 넘어 지역의 미래를 망칠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4년 임기의 단체장 선거에 눈이 멀어 명분도, 절차도, 지역 미래도 모두 내팽개치는 꼴이다.
영남권과 호남 일부까지 아우르는 '남부권 신공항'은 이미 2개 정부에서 온갖 논란 속에 정책 혼선을 빚었다.
2011년 이명박 정부는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를 두고 검증을 벌여 두 곳 모두 경제성이 부족하다며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시켰다. 2016년 박근혜 정부는 외국 전문기관(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에 검증을 맡겨 밀양과 가덕도가 아닌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해서 남부권 허브 공항을 만드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여기엔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등 5개 단체장도 최종 합의했다. 이 용역에서 밀양은 2위, 가덕도는 세 후보지 평가에서 꼴찌였다.
그나마 앞선 정부에서는 이처럼 신공항 입지를 위한 타당성 검증이나 선정 절차는 밟았다. 하지만 부산시장 선거를 코앞에 둔 현 정부와 정치권은 다급해진 나머지 국가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신공항 입지를 아무런 검증이나 평가, 절차도 없이 밀어붙이겠다는 심산이다. 선거가 치러지는 부산의 가덕도에 노골적으로 내리꽂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국토균형발전과 지방 경쟁력 확보라는 신공항 건설의 명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38명과 국민의힘 부산 지역 의원 15명이 각각 내놓은 가덕도신공항 관련 특별법은 온갖 특혜로 얼룩져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 등 검증 절차는 아예 무시된다. 심의위원회조차 없다. 건설비 등 재정자금 융자, 사업시행자 조세 감면과 자금 지원 등 법안을 보면 엄청난 특혜와 불법적 요소를 안고 있다. 그야말로 특별법이 아니라 불법성이 농후한 특혜법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런데도 민주당은 이달 중 이 '특혜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장담하고 나섰다.
논의 절차와 의견 수렴 없이 특정 지역을 못 박아 특별법을 만드는 것 역시 위법성이 농후하다. 정부와 국토부가 지난해까지 추진해 오던 김해신공항은 백지화 여부도 명확하게 결정하지 않은 채, 영남권 5개 단체장 합의는 손바닥 뒤집듯 무시한 채 정치권이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자당 소속 단체장의 비위로 다시 치러지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가덕도신공항이라는 엄청난 특혜를 내세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발악을 하고 있다. 여기에다 국민의힘은 부산 지역 국회의원에 이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가세해 가덕도신공항 전폭 지지 의사를 밝혀 양당의 포퓰리즘 경쟁이 가히 꼴불견이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여당에다 자당 비대위원장까지 대구경북의 미래를 뒤흔들고 있는데도 지역 국회의원들은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역의 미래를 망치는 정치권에 대한 판단은 시도민들이 해야 하고, 이는 표로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안타깝다. 포퓰리즘의 극치를 달리는 정치가 지역의 미래와 운명을 결정하는 정책을 깔아뭉개는 작태에 분노를 넘어 자괴감이 앞선다.
양당이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해 엄청난 특혜가 담긴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앞다퉈 공약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초대형 국책사업을 합법적 절차 없이 선거용 퍼주기로 일관하는데 제1야당과 여당까지 경쟁적으로 나선 마당에 이를 정부가 견제하지 못한다면 선거관리위원회가 나설 수밖에 없다. 선관위가 양당의 선거법 위반여부 조사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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