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동네책방] <6>강북지역 문화사랑방 노리는 ‘치우친 취향’

입력 2021-02-08 11:56:54 수정 2021-08-11 17:47:49

각자 취향 존중받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 책방
강릉 ‘한낮의 바다’, 제주 ‘라마북스’ 등에서 많은 영감 받아
책방지기 취향은 계란으로 표출… 특이한 취향들의 집합소

대구 북구 학정동에 있는 동네책방
대구 북구 학정동에 있는 동네책방 '치우친 취향'의 내부. 김태진 기자

'치우친 취향'이라는 이름에서 짐작은 했다. 책방지기의 취향이 한껏 반영된 책방일 것이라고. 펼친 책 크기의 간판을 가까이에서 보자 확신으로 바뀌었다. '치'가 지나치게 치우쳐 왼쪽으로 90도 누워있다. 대구 북구 학정동에서 강북지역 문화사랑방을 노리는 동네책방, '치우친 취향'이다.

동네책방이니까, 십분 양보해도 좁긴 좁다. 덕분인지 책방 내부 향기가 밀도 높다. 커피를 마시러 마스크를 내리자 부유하던 책 향기와 커피향이 결합해 콧속으로 치닫듯 훅 들어온다.

광고홍보를 전공한 책방지기 정예림(29) 씨는 지난해 5월 이곳의 문을 열었다. 회사 생활을 하며 번 돈을 모조리 여기에 투자했다. 자신의 미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나이가 더 어릴 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책방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현실로 만들고 나면 또 하고 싶은 일들이 줄줄이 생길 것 같았다"며 "취향을 존중해주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회사 생활은 함께 하는 것인데 혼자가 편했다. 그게 내 취향이었다. 혼밥을 좋아함에도 혼밥을 할 수 없는 상황들이 불편했다"고 했다.

개인적인 욕망도 거들었다. 책을 읽다가 흥미를 느꼈고 동네책방과 독립출판을 알게 됐고, 날 것 그대로의 생동감을 느꼈다고 했다. 연쇄적 욕망의 분출, 그리고 실현이었다.

그는 동네책방을 열기 전에 철저한 벤치마킹에 나섰다고 했다. 다른 지역에 놀러가면 무조건 동네책방에 들렀다는 것이다. 강릉 '한낮의 바다'라든가, 제주 '라바북스', 대구 '더폴락' 같은 곳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이곳에도 제주도에서 발행되는 잡지 'iiin'이 보인다. 정 씨는 "제주도에 대한 로망이 강했는데 책방에서 제주도 느낌 나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해서 가져다 놓은 거"라고 했다.

대구 북구 학정동에 있는 동네책방
대구 북구 학정동에 있는 동네책방 '치우친 취향' 내부. 김태진 기자

독립출판물들이 유독 많다. 특이한 소재와 주제의 책들이 고개를 내민다. '신춘문예 낙선집'에 눈길이 간다. 수년간 신춘문예에 도전했으나 낙방한 작품만 모아 펴낸 책이다. 엄연히 소설책 코너에 꽂혀 있다. 봉춤을 다룬 책, 도박을 소재로 한 책도 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여러 필명으로, 이러저러한 소재로, 특이하고도 발랄한 아이디어로 책을 만들고 있었다.

책방지기의 취향은 계란으로 표출된다. 시그니처 코너인 '계란존(zone)'이다. 계란처럼 생긴 판형의 책이라든지, 계란을 재료로 빵과 과자를 만드는 레시피가 담긴 책 등 계란과 관계된 거라면 뭐든이다. 어엿하게 상석을 차지하고 있다.

누런 봉투 안에 책을 넣어 책이 뭔지 숨바꼭질하듯 내놓은 블라인드북, 편지봉투에 책이 담긴 편지 같은 책도 있다. 치우친 취향의 집합소답다. 책방지기 정 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손님들과 교류, 지역의 사랑방 역할"이라고 했다. 자주 하진 못했지만, 어수선한 코로나 시국이 야속했지만, 지난해에도 작가 초대 강연과 독서모임 등을 진행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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