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의 지적에 대한 대구시교육청의 답
'귀족 교육' 비판에 '교육환경 열악한 곳에 초점'
'현 대입 체제에 부적합' 비판에 '주입식 교육 탈피'
[전문] 대구에선 IB 시범 운영 과정을 거쳐 최근 IB 공식 인증 학교인 'IB 월드스쿨' 2곳이 탄생(매일신문 2일 자 2면 보도)했다. 경북대사범대학부설초·중학교가 그곳. 앞으로 IB 월드스쿨을 확대해나간다는 게 대구시교육청의 구상. 두 차례에 걸쳐 IB 교육을 둘러싼 찬반 양론, IB 교육 경험담 등을 살펴봤다.

[본문] 변화를 추구할 때는 우려가 따르기 마련이다. 실수, 실패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과정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갑론을박이 오가는 이유다. 쉽게 바뀌지 않는 분야는 더하다. 교육 현장 역시 그렇다. 대구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이 추진 중인 IB 교육을 두고도 여러 말이 나온다.
IB 교육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과 자기주도적 문제해결력을 키워준다며 반긴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이하 전교조)처럼 '국제학교용', '귀족 교육' 등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잖다. 전교조의 지적과 시교육청의 반론을 간단히 정리했다.
-전교조 : IB 교육 특성상 IB 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가 최소 20명 이하여야 하며, 학급당 15명 내외가 적정 인원이다. 반면 이날 공개된 경북대사범대학부설중은 학급당 학생 수가 27명에서 29명에 달한다. 전체 교직원 42명으로 모든 학생이 IB 교육을 받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시교육청 : 학습자 중심 토론 수업을 위해 학생 수를 적정화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 다만 IB 교육은 학습자 주도성의 바탕 위에 교사가 학습의 조력자 역할을 하게 되므로 단순히 학생 수로 IB 교육의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순 없다.
'IB 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얼마가 적정 인원'이라는 IB 규정도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경북대사범대부설초교는 학급당 24명, 경대사대부중은 27명 내외로 IB 교육을 시범 운영했다. 교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IB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전교조 : 작년 코로나19 상황 탓에 한국 학교 대부분 실험실습이나 토론, 탐구활동, 봉사활동, 동아리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이런 상황 아래 IB 교육이 방역 안전을 담보하면서 어떻게 가능할지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시교육청 : 경대사대부초·중은 2019년 9월부터 IB 후보학교로서 프로그램을 시작해 탐구활동, 토론, 논·서술형 평가를 강화하기 위한 '에듀테크(교육과 첨단기술 접목)'를 적극 활용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부터 이미 원격학습을 위한 에듀테크 활용 능력이 활성화되고 있었다.
지난해 IB 후보학교들은 에듀테크를 활용해 다양하게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다. 일선 학교도 그런 형태로 교육활동을 진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IB 학교 경우도 전면 원격 수업 전환 등으로 계획된 교육 일정을 조정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전교조 : 시교육청이 홍보하듯 대구에선 한국어로 IB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정확한 사실이 아니다. IB 교육과정 6개 교과군 중 4개 교과군만 한글화가 됐고, 2개 교과군은 여전히 영어로 진행된다. 영어 소통 능력을 일정 이상 갖춘 학생일수록, 영어 사교육을 받은 학생일수록 유리할 수밖에 없다. IB 학교는 '제2의 외고'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시교육청 : IB 초등 과정(PYP), 중학 과정(MYP)은 전 과목을 한국어로 진행한다. 다만 영어 과목만 영어로 수업할 뿐이다. 전교조가 지적한 내용은 IB 고교 과정(DP)에 해당하는 말일뿐이다. DP는 4개 과목과 3개 핵심과정은 한국어, 연극과 영어 등 2개 과목은 영어로 수업과 평가를 진행한다.
연극 과목에선 음성언어 중심의 실용영어를 강조한다. 영어교육의 목표를 실제적 의사소통 능력 향상에 두는, 우리의 2015 개정 교육과정 방향과 일치한다. 영어 수업과 평가의 난이도 역시 현재 수능시험 영어와 비교해 절대적으로 어려운 수준이라 할 수 없다.
-전교조 : IB 교육은 수능시험 입시체제에 적합한 방식이 아니다. 또 상반기에 IB 학교 인증을 받겠다는 고교 3곳 중 포산고, 대구외고는 보통의 일반계고와 다르다. IB 교육을 몇 년 전부터 시행한 경기외고 경우 IB 학급 졸업생 상당수가 외국대학에 진학했다. 결국 포산고, 대구외고의 IB 학급을 경기외고 IB 학급 모델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나 마찬가지다.
▶시교육청 : 경기외고 IB 학급은 영어로만 수업하지만 포산고, 대구외고는 한국어화해 수업과 평가를 진행한다. 해외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IB 학급을 운영하지 않는다. DP를 이수한 고교생은 우리 대입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국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일부 학급에 한해 DP를 운영하는 건 학생의 다양한 선택권을 존중하기 위한 방편이다.
정해진 정답 찾기 위주의 수능시험 대비 교육으론 창의적, 비판적 사고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에 많은 교사들이 동의한다. 국제학교나 외국인학교가 아니라 공립학교에서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IB 교육을 실시하는 것 자체가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시도다.
-전교조 : 시교육청의 IB 교육 도입 방식은 소수의, 특별한 학교를 만들고 학생 간 격차와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이미 특목고와 소수 귀족학교에서 시행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자사고와 국제고 등 소수 귀족학교를 폐지할 예정인 마당에 새로운 귀족학교, 특권학교를 만들려 하는 것이어서 반대하는 것이다.
▶시교육청 : IB 교육을 운영하는 대구 대다수 초·중학교는 오히려 사회·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비(非)수성구 지역에 분포한다. 월배초, 중리초, 대명중, 대구중, 복현중 등 2021년 IB 관심학교 다수도 상대적으로 교육환경이 뒤처지는 곳이다. 향후에도 IB 교육 희망 학교 중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 학교를 우선적으로 선발, 지원할 계획이다.
-전교조 : 학교마다 수천만원의 예산을 외국 기관에 납부해야 하는 건 문제가 있다.
▶시교육청 : IB 후보(인증)학교가 되면 지불해야 하는 연회비는 학교급별에 따라 다른데 평균 1천여만원 정도다. 또 이 비용 대부분은 교원의 교육자료 제공, 양질의 수업 및 평가 방법 등에 대한 컨설팅 지원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데 활용된다.
■키워드=IB(International Baccalaurea·국제 바칼로레아)
과목 간 경계를 넘나들며 진행하는 이해 및 탐구 중심 수업, 논·구술 평가에 초점을 맞춘 국제 인증 학교 교육 프로그램.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교육재단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가 개발, 운영 중이다. 대상에 따라 초등학교 과정(Primary Years Programme·PYP), 중학교 과정(Middle Years Programme·MYP), 고교 과정(Diploma Programme·DP)과 직업교육 과정(Career-related Programme·CP)로 구분된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