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올봄에는 그림책을!

입력 2021-02-08 06:30:00

제갈선희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 독서문화과장
제갈선희 대구2·28기념학생도서관 독서문화과장

대구시교육청은 2021년도 새로운 정책으로 '그림책 활용 교육'을 제시했다. 학생들의 미래역량을 기르기 위한 교육정책 중 하나다. 코로나 시대에 그림책이 모든 연령대와 학교별, 학급별 적용이 가능하고 인성교육과 독서교육에 효과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그림책이 본격적으로 출판되기 시작한 시기는 1980년대 후반부터다. 주로 유명한 해외 그림책의 저작권을 구매해 출간하는 형태였다. 그러다가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한국 그림책이 세계 3대 그림책 공모상인 라가치상, 안데르센상, BIB(Biennial of Illustrations Bratislava)상을 석권하면서 세계 출판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 그림책은 K-컬처의 전령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수출된 도서저작권 중 46.7%가 아동도서였다. 아동도서 대부분은 그림책이 차지했다. 특히 작년 3월 '구름빵'으로 널리 알려진 백희나 작가가 아동 청소년 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하면서 더욱 활발해졌다.

필자도 오래전부터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처음에는 내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위함이었다. 그림책은 보통 40쪽 분량이어서 짧은 시간에 읽어주기에도 제격이었다. 엄마가 편안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듯 읽어주면 아이들은 좋아했다. 글자를 익히지 못한 아이도 그림을 보면서 놀이하듯 즐겼다. 나 역시 점점 그림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그림책 강좌를 열었다. 수강자의 호응도가 좋아서 강좌 후에 그림책 동아리를 만들었다. 참여자들은 동아리 모임에서 자기가 발견한 좋은 그림책을 소개하고 함께 돌아가며 낭독했다. 내가 읽지 못한 책을 감상할 때마다 마음이 설레었다. 마치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것 같았다.

그림책을 읽을 때 활자에 익숙한 어른들은 글에 집중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읽어주면 혼자 읽을 때보다 더 세심하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읽어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그림이 전하는 또 다른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최근 많은 사람이 그림책 사랑에 빠져있다. 유아는 물론이고 아이와 청소년, 성인과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를 아우른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전국 곳곳에 그림책 전문 서점, 도서관, 카페 등이 생겨나고 있다. 도서관의 그림책 구입 비율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도서관에서도 작년에 어린이 자료 중 그림책 구입 비중이 37%를 차지했다.

그림책 읽는 어른들도 요즘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그림책을 통해 마음속에 있는 '어린 나'를 발견하고 위로를 받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지역 공공도서관에서는 봄 시즌에 맞춰 각종 그림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그림책 강좌, 그림책 동아리모임, 그림책 전시회 등이다.

이제 그림책은 전 세대가 함께 읽고 소통하며 공감할 수 있는 좋은 매체로 거듭나고 있다. 올봄에는 그림책으로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메마른 감성을 일깨우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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