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한일해저터널

입력 2021-02-04 05:00:00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에서 '한일해저터널' 카드를 내던졌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면에서 민주당이 선점한 가덕도신공항 카드에 한일해저터널을 얹어 베팅한 것이다.

사실, 한일해저터널 구상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1930년대 일제는 일본, 한반도, 중국, 베트남, 말레이반도를 잇는 1만㎞ 철도 구상을 세웠다. 하지만 당시 기술력으로는 무모했던 데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함으로써 일제는 계획을 접어야 했다. 한일해저터널은 1만㎞ 철도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해방 이후에도 일본은 한국 정부에 한일해저터널 건설 의향을 여러 차례 타진해왔다. 1994년 영국과 프랑스 사이 채널터널이 완공되자 2000년대 초반 우리 정부도 한일해저터널 검토를 벌였다. 하지만 2003년 한국교통연구원은 철도·해운·항공 등 국가기간산업 타격과 국방상 문제, 국가 정체성 문제 등을 들어 '타당성 없음' 결론을 내렸다. 2011년 다시 한번 이뤄진 정부 연구에서도 결론은 비슷했다.

한일해저터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제적 실익이다. 김 위원장은 한일해저터널의 생산 효과가 54조5천억원, 고용유발효과가 45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런데 2016년 부산발전연구원은 한일해저터널을 짓는 데 120조원이 든다고 추산했다. 한국 측이 30%를 부담하면 40조원 정도를 감당해야 한다.

결국 수요가 관건이다. 공사비와 연간 수백억~수천억원에 이르는 유지비를 감안할 때 통행료가 항공료 수준으로 책정돼야 한다는 예상이 있다. 수요 부족으로 수백 년이 지나야 공사비를 겨우 회수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있다. 한일해저터널이 뚫리면 부산항만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도 고려 요소다. 부산이 향후 구축될지도 모를 유라시아 철도의 시작 및 종착지로서의 메리트를 잃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한일해저터널은 매우 복잡하고 민감한 사안이다. '친일' 또는 '반일' 프레임으로 대립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긴 호흡으로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채널터널의 경우 구상부터 건설까지 200년, 지질조사에 30년이 걸렸다. 김 위원장이 얼마나 깊이 검토했는지 모르지만, 보궐선거용으로 불쑥 꺼내 들 카드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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