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문화도시 지정된 칠곡군 "문화도시로 재도약할 터"

입력 2021-02-08 06:30:00

"인문학도시 칠곡군이 문화도시로 거듭납니다."

경북 칠곡군이 지난해 12월 전국 9개 지자체와 함께 '예비문화도시'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군은 올 한해 동안 예비사업을 추진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연말 무렵 사업 추진실적 평가 및 심의를 통해 '법정 문화도시'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문화도시를 향한 칠곡군의 계획 등을 살펴봤다.

◆법정 문화도시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문화도시'를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문화 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정된 도시'라고 정의하고, 2018년 5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차례에 걸쳐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지역 스스로 도시의 문화환경을 기획·실현해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포괄적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주민들은 문화도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문제점을 직접 진단하고 지역 내 다양한 계층‧세대와 소통하며 문화 설계자로서 참여한다. 이처럼 주민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재발견함으로써 개인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지역 고유의 문화 발전 및 지역 공동체 회복이 촉진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효과가 관련 산업으로 연계‧확산됨으로써 지역의 문화가 도시의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이 되고 각 문화도시는 고유한 문화적 브랜드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기대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우선 예비문화도시를 선정해 1년 간 예비사업 시행 기간을 준 뒤 실적 평가를 거쳐 법정 문화도시 지정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문화도시로 지정된 지자체에는 5년 동안 도시 특성에 따라 최대 100억원을 사업비로 지원하고, 사업 과정 전반도 자문해준다.

◆인문학도시 칠곡에서 문화도시 칠곡으로

칠곡군은 '인문학도시'로 전국적 명성을 떨쳐왔다. 인문학사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매년 30여 개 지자체가 칠곡군을 찾고 있고, 칠곡 인문학마을 활동가들은 고령군 등 다른 지자체에서 인문학마을이 탄생하는 데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칠곡 인문학의 역사는 2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평생학습으로 인문학에 입문한 칠곡군은 2004년 평생학습도시 선정 이후 2013년 창조지역사업을 진행하며 인문학사업을 본격화했다.

이후 칠곡의 인문학 활동상은 생활 인문학을 가장 잘 실천한 사례라는 대내외 평가를 받았다. 인문학마을 만들기, 전국 대학생 인문학 활동, 칠곡 할매시집 발간, 마을인문학예술단 등이 그것이다. 성인문해교육으로 탄생한 할매시인들은 2018년 '칠곡가시나들'이란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됐고, 최근에는 한글학교 할머니들의 글꼴이 '칠곡할매서체'로 제작돼 전국적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모두 인문학도시 칠곡군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칠곡군은 이러한 인문학적 경험과 역량을 문화도시 조성사업에 오롯이 쏟아붓는다는 계획이다.

◆문화도시 예비사업 추진 계획

칠곡군이 지난해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실시한 시민당사자 협력형 공모사업(우리 해봐야지)에서
칠곡군이 지난해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실시한 시민당사자 협력형 공모사업(우리 해봐야지)에서 '매일 팔순잔칫날처럼'팀이 어르신 치매예방 관련 문화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칠곡군은 문화도시 지정을 위한 기반 조성사업으로 2019년부터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을 시행해왔다. 이 사업은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한 특화된 문화환경 조성으로 문화도시 기반을 구축해나가는 것이다.

칠곡군은 올해 문화도시 예비사업을 이 사업과 연계해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2년간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의 추진 경과 등을 모니터링해 예비사업의 성격으로 보다 세밀하게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의 하나로 실시한 주민주도형 공모사업(인문라이프 스타일 실험실) 워크숍에는 35개 팀, 236명의 주민들이 참여했다. 칠곡군 제공
지난해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의 하나로 실시한 주민주도형 공모사업(인문라이프 스타일 실험실) 워크숍에는 35개 팀, 236명의 주민들이 참여했다. 칠곡군 제공

군의 문화도시 예비사업 목표는 문화도시 확산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시민당사자 주체와 문화적 장소를 발굴·연계하는 실험을 통해 문화도시 생태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온·오프라인 공유를 위한 통합플랫폼도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문화도시시민추진단과 행정, 전문가가 수평적 구조로 참여하는 문화도시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지원조직인 문화도시지원센터와 함께 칠곡 문화도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문화도시 예비사업은 ▷문화도시 거버넌스 모델 기반 마련 ▷문화도시 생태계 네트워크 육성 ▷문화도시 확산 기반 마련 ▷문화도시 지원센터 운영 ▷문화도시 마스터플랜 등 총 5개 분야 11개 세부사업으로 진행된다. 사업비는 10억1천800만원이다.

◆(인터뷰)백선기 칠곡군수

백선기 칠곡군수
백선기 칠곡군수

"인문학도시로서의 저력을 문화도시 조성사업에 녹여내 올 12월에는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칠곡 인문학의 특징은 책과 이론으로서의 인문학이 아니라 우리네 일상에 녹아있는 '삶 속의 인문학'이라는데 있다"며 "이렇게 밑바닥부터 다져온 인문학의 힘이 밑거름이 돼 칠곡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문화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인문학도시에서 문화도시로 거듭나고자 하는 이유도 밝혔다. 백 군수는 "인문학과 마을공동체라는 한정된 경험에서 벗어나 이제는 주민 모두가 인문적 경험의 공유지인 칠곡에서 보편적 문화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주민들이 가진 문화의 힘으로 모든 군민이 일상으로 문화를 즐기는 도시로 새롭게 태어나야 할 시점이 됐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인문학도시가 평생학습을 기반으로 한 학습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문화도시는 배움보다는 문화의 향유라는 확대된 개념으로 보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백 군수는 "칠곡 문화도시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인적자원의 강점에 있다"며 "인문학활동과 평생학습대학 등 남녀노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적자원을 문화도시 거버넌스에 흡수해 문화로 행복한 칠곡, 주민 개개인의 삶의 가치가 빛나는 문화도시 칠곡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인터뷰)이종춘 칠곡군 문화도시시민추진단장

이종춘 칠곡군 문화도시시민추진단장
이종춘 칠곡군 문화도시시민추진단장

칠곡군 문화도시시민추진단장을 맡은 이종춘 경북과학대 교수는 "문화도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칠곡군민 모두가 '문화 민주주의'를 함께 만들고 실행하며 즐기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단장은 "문화도시시민추진단 구성은 칠곡군민 모두 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면서 "추진단 운영은 추첨민주주의 제도 등을 도입한 이른바 운영진 제도의 정착으로 문화 민주주의를 추구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문화도시시민추진단의 지향점을 여섯 가지로 제시했다.

그는 "우선 칠곡군민이 문자 그대로 문화활동과 문화행위의 주연이 되도록 추진단부터 그 준거가 되도록 하겠다"며 "기존 전문가들만의 문화에서 전문가를 비롯한 비전문가인 주민 모두를 아우르는 지역 문화를 북돋우겠다"고 했다.

또 "칠곡 중심부인 왜관과 그 이외의 주변부를 통합해 지리적이고 지역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문화소통에 힘쓰고, 고급문화와 일상문화가 어우러지는 보편문화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민 대다수만이 아니라 소수의 작은 의견이나 소소한 바람도 같이 누릴 수 있는 '작은 문화민주주의'를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전통문화도 존중하면서 새로운 청년과 젊은 문화를 발산할 수 있도록 '청년문화'를 경청하겠다"고 했다.

이 단장은 "이 모든 것에 앞서 문화도시 칠곡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 역량 강화'에 있다"며 "예산 갈라먹기에서 벗어나 내가 주인공이 돼 우리 고장을 문화도시로 만들겠다는 참된 주민 소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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