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지. 한 대 처맞기 전까지는."(마이크 타이슨) 인간사 모두가 그렇지만 전쟁만큼 이런 말이 잘 들어맞는 것도 없다. 생각도 못한 변수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게 전쟁이다. 1942년 히틀러의 소련 침공이 그랬다.
독일의 계획은 대략 4주 내에 작전을 완료한다는 것이었다. 개전과 동시에 소련군을 박살 내면서 계획대로 되는 듯했다. 거기까지였다. 아무리 쳐부숴도 소련군은 '화수분'이었다.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소련 예비 병력에 독일은 기가 질렸다. 당시 독일군 참모총장 프란츠 할더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전쟁이 시작될 때 우리는 러시아군 사단이 200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는 이미 360개를 세었다."
인도 동북쪽의 주요 도시인 임팔을 공략하기 위해 일본이 1943년 3월부터 7월까지 전개한 임팔 작전도 마찬가지다. 전사 3만 명, 부상 2만5천 명이란 막대한 피해를 내고 무위로 끝났다.
지휘관 무타구치 렌야(牟田口 廉也)의 계획은 50일 안에 임팔을 점령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위한 보급 계획은 무모했다. 병사들에게 3주치 식량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군수품 운반을 위해 징발한 물소 고기로 충당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물소는 인도와 버마(지금의 미얀마) 국경의 험준한 산을 넘는 도중 대부분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연합훈련이 컴퓨터 게임이 돼가는 건 곤란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야외 기동훈련 없는 컴퓨터 훈련으로는 연합 방위 능력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은 2019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축소·폐지되고 훈련도 대부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바뀌었다.
컴퓨터 도상(圖上) 훈련은 시나리오를 정해 놓고 한다. 그러나 전쟁에서는 그런 시나리오가 없다. 수많은 변수가 예상 못한 지점과 시간에 출현한다. 컴퓨터 훈련으로는 그런 변수에 대처할 능력이 길러질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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