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fake news)가 만들어지는 것과 유통되는 것은 별개 사안으로 봐야 한다. 가짜 뉴스 생산엔 정치·경제적 이득을 얻으려는 목적이 개입된 경우가 허다하다. 조금만 살펴보면 허위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가짜 뉴스가 급속히 퍼져 나가는 까닭은 복합적이다. "사람은 자기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고 했듯이 가짜 뉴스를 진짜로 믿고 싶은 사람이 많은 것도 한 요인이다.
최근 화제가 된 가짜 뉴스 두 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대중의 비판 심리가 가짜 뉴스가 퍼지는 촉매제가 됐기 때문이다.
국정 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옥중 특별 회견문'. 삼성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내용이 구체적이어서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이재용입니다'로 시작하는 1천200여 자 옥중 회견문에는 "그룹 본사를 제3국으로 옮기겠다" "이제 이 나라를 떠나려고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부탁을 직접 받은 건 아니다" "말을 사서 정유라가 사용하도록 한 것이나 영재센터에 기금을 지원한 것은 기업인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삼성에서 80억이 돈이냐? 개인 돈으로 지원했어도 뇌물은 변함이 없었을 것"이란 문구도 포함됐다.
수년째 감옥을 오가는 이 부회장의 처지가 가짜 회견문을 널리 유포하게 만들었다. 정권으로부터 워낙 고초를 당하다 보니 이 부회장이 삼성 본사를 외국으로 옮기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터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과 관련한 가짜 사진도 나돌았다. 이 사진엔 프롬프터 화면에 '대통령님, 말문 막히시면 원론적인 답변부터 하시면서 시간을 끌어 보십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조작된 사진이 진짜처럼 여겨지며 유포된 것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 책임도 있다. 문 대통령의 동문서답, 견강부회, 자화자찬에다 정곡을 찌르지 못한 질문 등 대통령 기자회견에 실망한 민심이 가짜 사진 유포의 단초가 됐다.
나뭇가지 하나에 깃든 춘심(春心)을 알아채야 하는 법. 가짜 뉴스가 널리 퍼지는 것 자체를 탓할 게 아니라 유포되는 까닭을 성찰하는 게 위정자가 할 일이다. 민심을 살피라는 말이다. 비를 맞은 뒤 우산을 펴는 것은 너무도 어리석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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