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박물관과 미술관은 대학의 문화적 수준과 격조를 나타내는 기관이다. 세계 최초의 대학박물관이자 영국 최초 공공박물관은 1683년 개관한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애쉬몰리언 박물관'이다.
미국 대학의 미술관은 건국 이후 자국의 문화를 선도했다. 1832년 예일대 트럼벨미술관, 1866년 하버드대 피바디 고고민속박물관, 1882년 프린스턴대 미술관 등 미국 유수 명문대학들이 대학박물관 발전을 선도하였으며, 국가적 자부심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9년 2월 미국 코넬대 허버트 F. 존슨 미술관은 미국의 미술관들 중 처음으로 대지미술(Earth Art)을 선보이며 문화의 질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대학박물관의 시작은 1924년 건립된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 언더우드 홀이다. 이를 시작으로 보성학교(현 고려대), 이화여대, 경희대 박물관 등이 설립되었다.
1967년 대학 설치 기준령에 대학교 내 박물관 설치가 의무사항으로 개정되어 전국 대학 내 박물관들이 본격적으로 생기게 된다. 법령은 특히 종합대학에 더욱 많은 부속시설을 요구했다. 당시 법 조문에는 '종합대학교에는… 박물관·과학관과 기타 문교부령으로 정하는 부속시설을 갖추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강력한 부칙으로 '시설 미보완 시 학생 정원 감축, 학과 폐지' 등 고강도 조치를 더하고, 등록금의 일정액을 '박물관비(費)'로 징수해 자체적으로 박물관을 설립·운영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도 마련했다.
1982년 관련 조항이 삭제될 때까지 전국 70여 대학에서 박물관이 개관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는 2020년 기준 전국에 등록된 박물관·미술관 전체 120곳의 58%가량을 차지한다.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박물관은 그러나 관련 법령 개정 이후 꼭 필요한 기관은 아닌 것으로 인식되고, 위상도 약화되었다. 지난해 6월 대학 재정난으로 울산대 박물관은 폐관 절차를 진행한다고 발표했고, 이에 앞서 2017년 2월에는 전국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충청대 박물관이 폐관하였다.
대학박물관은 평생교육기관이자 교양교육의 현장이다. 대학 내 연구자원과 박물관 문화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 연구·전시·교육 등으로 전 세대가 함께 할 수 있는 문화예술 향유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인문학적 소양의 중요성을 등한시하고 취업률만을 평가의 잣대로 삼는 고등교육 현장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인문학의 보고(寶庫)인 대학박물관이 이러한 제도적인 문제와 인식 개선의 열쇠가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현정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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